햇살도, 바람도, 심지어 먼지까지도 춤을 춘다.
박무성 시인은 꽃을 노래한다.
봄비 머금고 목련꽃 새순, 천변에 흐드러진 개망초꽃, 서화담 같은 님을 기다리는 능소화는 오늘도 맑게 고개를 든다.
박무성 시인이 9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부부 회화나무'를 펴냈다. 수 십 년의 교직을 마감하고 정갈한 삶을 반추하며 시인의 길을 묵묵히 걷는다.
아내는 더 낮게 다소곳해, 둘은 한 곳 하늘을 우러러 / 새벽마다 새 이슬 정화수로 몸을 씻고 / 말씨와 얼굴까지 닮아 이곳 사람들은 옷깃을 여민다 / 번개와 천둥 비바람 폭설, 비켜설 수 없는 더위와 / 한파를 견디며, 언제나 서로 섬김이 정겹다 관광객들 / 어느 부부는 이들의 눈길 밖으로 달아나고 / 눈길 안으로 몸부림 치는 부부도 있다 / -부부 회화나무 중 '부부 회화나무'
회화나무는 사람들 사이에서 복을 주며 친근감과 함께 오래 살아가는 나무다. 시인은 회화나무 앞에 부부를 붙여 가장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김완하 한남대 교수는 "시집의 제목인 부부 회화나무는 행복한 일생 그 모습의 상징"이라며 "우리의 춤 가운데서도 부부가 백년을 해로하고 함께 서 있는 회화나무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부부 회화나무는 박무성 시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고, 현재의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언어의 춤으로 움막의 재료를 삼고 춤사위로 기둥을 세우고, 나무와 숲으로 서까래를 얹는다. 발길 따라 그리운 인문과 지리의 숨결로 벽을 두르고 빚어낸 무늬로 바닥을 깔아 덧문을 내니, 빈 마음을 채워줄 향기로운 영성의 새바람이 훈훈히 스며든다. 이곳은 박무성 시인이 묵묵히 지은 움막 속 시인의 집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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