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여러 지자체의 생활임금은 이미 올해부터 1만 원이 넘어갔다. 반면 대전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9600원. 이 사연 맞은 숫자는 내년도 생활임금을 지켜보게 만든다. 노동자가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비나 교육비 등을 고려해 책정한 임금. 생활임금의 정의다. 최저임금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판단한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했다. 지자체나 교육청, 산하 공사공단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 임금을 적용받는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저임금보다 1000원가량 더 많은 시급이다. 대전에선 대전시를 비롯해 현재 서구와 유성구, 대덕구가 생활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도 생활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시기가 왔다. 이미 논의를 마친 지자체 중엔 내년도 '1만 원 시대'를 열게 됐다며 기뻐하는 곳도 있다. 대전시도 오는 6일 내년도 생활임금 논의를 위한 첫 위원회를 연다. 올해 대전시의 생활임금 9600원은 당초 9719원일 수도 있었는데 위원회가 합의한 금액을 최종결정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이 169원을 삭감하면서 9600원으로 결정됐다. 허 시장은 지난 2015년 유성구청장 재임 시절 중부권 최초로 생활임금을 도입한 장본인이다. 노동자의 삶을 고려한 좋은 취지였고 높게 살 만한 일이다. 그랬던 그가 대전시장이 된 첫해 생활임금 논란이 일었고 노동에 대한 그의 철학까지도 도마에 올랐다. 노동의 가치를 우선한다는 허 시장이었기 때문에 169원이란 금액은 사실 그 액수보다 가치의 문제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활임금을 둘러싼 논란을 잠식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대전시의 내년도 생활임금 1만 원은 달성돼야 마땅하다. 꼭 지난 이유를 부여하지 않아도 '시민'을 강조하는 대전시가 시민의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생활에 보다 관대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분명 있다.
전국민주노조연맹 대전지부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생활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임금인상 효과도 있지만 민간영역으로 파급돼 우리 사회 전반의 저임금 문제 해결에 긍정적 효과가 있고 소득주도 성장의 발판이 돼 지역경제와 노동자 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이 무산된 현시점에서 지방분권을 부르짖는 대전시가 해야 할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대전시가 내년도 '생활임금 1만 원' 시대를 열 수 있길 고대한다. 덧붙여 현재 생활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동구도 생활임금제 도입을 위한 노력에 보다 애썼으면 한다. 늦었지만 제도 도입을 확정 지은 중구의 결정도 환영한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자치구 역시 보다 노동자를 위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모든 노동의 가치가 동등하게 인정받는 지역이 곧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의 모습이다. 살기 좋은 대전을 위한 현명한 결정 과정을 우리 모두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임효인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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