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보이스피싱, 이번엔 당신 차례입니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보이스피싱, 이번엔 당신 차례입니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 승인 2019-09-04 16:57
  • 신문게재 2019-09-05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황운하 대전청장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하루하루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를 접할 때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어야 할 경찰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넘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 대한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범죄 추이를 분석해 보면 강도나 절도와 같은 전통적인 강력범죄는 해마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IT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범죄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범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보이스피싱이 알려지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국내에서만 전체 피해액은 2조 1000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매년 30~4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전에서도 금년 7월 말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입은 시민은 900여명에 달한다. 재산피해액만 150억 원이 넘는다.



불과 반년 만에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엄청난 수치다. 현직 판사도, 고위공무원도, 교사도 고스란히 피해자가 됐다.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말에 속아 겁을 먹은 한 젊은 자영업자는 한 푼 두 푼 모은 통장 전액을 통째로 사기당했다. 중장년층 이상이 주로 당하는 범죄라는 인식과 달리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20~30대 젊은 층에 더 많이 집중되고 있다. 금년에 발생한 222건 중 100건이 20대 피해자였다.

반면 가계문제 등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고민이 많은 40~50대의 경우 저금리 대출로 유혹하는 대환대출형 피해가 많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메신저 피싱 수법도 기승이다. 미리 빼돌린 개인정보로 메신저 닉네임이나 프로필 사진을 아들이나 딸 것으로 바꾸고 부모에게 접근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송금해 달라거나 상품권 구매를 요구하는 수법이다. 스마트폰이 낯선 부모세대들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급하다는 말만 믿고 수백만 원의 돈을 그대로 송금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누군가가 전화나 온라인상에서 돈을 요구하면 보이스피싱부터 의심해야 한다. 검찰·금융감독원이라며 전화를 이용해 카드나 통장 비밀번호를 묻거나 현금을 안전 금고에 맡기라는 식의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이다.

은행직원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해줄테니 기존 대출금을 입금하라거나 대출실적을 쌓으라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100% 보이스피싱이다. 지난해 12월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대전경찰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수사 전담인력을 확대 재편성하고 경무관을 책임자로 격상시켜 전방위적인 수사, 예방 교육, 홍보까지 총괄하도록 하는 별도의 TF를 꾸렸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는 해외에 근거를 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검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돈을 건네주면 피해금을 되찾기 무척 어렵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예방이 중요한 범죄다.

개개인이 경각심을 갖고 피해사례를 공유하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혹여 피해를 당했다고 의심된다면 곧바로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6월 대전지역 67개 기관·;단체가 이 같은 위기감을 인식하고 경찰과 뜻을 함께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대전광역시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 8월에는 더 많은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 7개 기관·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전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범죄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호소문 발표는 아마도 경찰 역사상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피해 규모가 심각하고 근절 노력도 시급하다.

둘이 마음을 합치면 단단한 쇠도 자를 수 있듯이(二人同心 其利斷金) 150만 대전시민 모두의 지혜가 모아 진다면 보이스피싱 피해 제로인 대전을 만들 수 있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