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대전경찰청장 |
범죄 추이를 분석해 보면 강도나 절도와 같은 전통적인 강력범죄는 해마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IT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범죄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범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보이스피싱이 알려지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국내에서만 전체 피해액은 2조 1000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매년 30~4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전에서도 금년 7월 말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입은 시민은 900여명에 달한다. 재산피해액만 150억 원이 넘는다.
불과 반년 만에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엄청난 수치다. 현직 판사도, 고위공무원도, 교사도 고스란히 피해자가 됐다.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말에 속아 겁을 먹은 한 젊은 자영업자는 한 푼 두 푼 모은 통장 전액을 통째로 사기당했다. 중장년층 이상이 주로 당하는 범죄라는 인식과 달리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20~30대 젊은 층에 더 많이 집중되고 있다. 금년에 발생한 222건 중 100건이 20대 피해자였다.
반면 가계문제 등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고민이 많은 40~50대의 경우 저금리 대출로 유혹하는 대환대출형 피해가 많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메신저 피싱 수법도 기승이다. 미리 빼돌린 개인정보로 메신저 닉네임이나 프로필 사진을 아들이나 딸 것으로 바꾸고 부모에게 접근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송금해 달라거나 상품권 구매를 요구하는 수법이다. 스마트폰이 낯선 부모세대들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급하다는 말만 믿고 수백만 원의 돈을 그대로 송금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누군가가 전화나 온라인상에서 돈을 요구하면 보이스피싱부터 의심해야 한다. 검찰·금융감독원이라며 전화를 이용해 카드나 통장 비밀번호를 묻거나 현금을 안전 금고에 맡기라는 식의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이다.
은행직원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해줄테니 기존 대출금을 입금하라거나 대출실적을 쌓으라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100% 보이스피싱이다. 지난해 12월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대전경찰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수사 전담인력을 확대 재편성하고 경무관을 책임자로 격상시켜 전방위적인 수사, 예방 교육, 홍보까지 총괄하도록 하는 별도의 TF를 꾸렸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는 해외에 근거를 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검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돈을 건네주면 피해금을 되찾기 무척 어렵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예방이 중요한 범죄다.
개개인이 경각심을 갖고 피해사례를 공유하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혹여 피해를 당했다고 의심된다면 곧바로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6월 대전지역 67개 기관·;단체가 이 같은 위기감을 인식하고 경찰과 뜻을 함께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대전광역시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 8월에는 더 많은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 7개 기관·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전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범죄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호소문 발표는 아마도 경찰 역사상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피해 규모가 심각하고 근절 노력도 시급하다.
둘이 마음을 합치면 단단한 쇠도 자를 수 있듯이(二人同心 其利斷金) 150만 대전시민 모두의 지혜가 모아 진다면 보이스피싱 피해 제로인 대전을 만들 수 있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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