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국토청 때문에 국내 유일 기술력 보유한 기업 존폐 위기

국도 우회도로 공사 현장과 공장 사이 10㎝ 불과
분진과 소음, 진동 등으로 제품 생산 차질 불가
국토청, 기업 이전비 보상 지원 거부

천안시 서북-성거 우회도로 공사 위치도

국토교통부 대전국토관리청이 천안시 국도 대체 우회도로(서북∼성거)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사현장 인근 기업이 분진 등으로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해당 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수용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한일 경제갈등으로 중요성이 확산되는 ‘독자 기술력’을 확보한 곳이다.

대전국토청이 진행하는 천안시 국도 대체 우회도로(서북∼성거) 공사 구간은 천안 서북구 신당동에서부터 서북구 성거읍 송남리까지로, 국도 1호선과 경부고속국도의 급증하는 교통량 분산을 위해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A 기업 공장과 공사 현장 거리는 10㎝ 정도라는 것이다. 한 뼘도 안 되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도로 공사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실제 공장은 모두 4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1동은 도로와 2∼3ｍ 떨어져 있고 2동은 도로경계 표지와 외벽이 접해 있는 곳으로 도로와의 거리는 한뼘도 채 되지 않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3동은 12ｍ, 4동은 그나마 35ｍ 정도 떨어져 있다.

A 기업의 공장 배치도. 건물마다 번호가 쓰여 있다.

A 기업 측은 공사 현장과 공장 사이에 사실상 공간이 없어 분진 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도로 개통 후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 사의 제품은 압축공기를 분사해 종이에 용제를 코팅하는 공정과 고온의 공기를 가해 건조하는 공정, 제단 공정 등을 거쳐 생산된다. 다시 말해, 분진 방지와 적정온도 유지, 진동방지 중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불량품이 생산되거나, 기계작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다.

A 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수용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생산작업 특성상 분진이 유입될 경우 불량품이 생산될 수밖에 없어 회사의 피해는 물론, 특수용지 산업 분야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A 기업은 특수용지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세계 2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2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만일 불량품 생산으로 차질을 빚거나,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20%의 국내 시장 점유율까지도 외국 회사에 뺏기고 결국 독자적인 기술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게 해당 기업의 설명이다.

A 기업의 임원은 "국토관리청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완벽한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지만, 적절한 대책 없이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책을 내놓지 않아 본사 공장을 이전하는 것 외에는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A 기업이 대전국토청에 공장이전 비용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전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공사현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도로가 공장 경계를 지나갈 뿐이라 보상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