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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자동차 굉음 속
도시고속도로 갓길을
누런 개 한 마리가 끝없이 따라가고 있다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말린 꼬리 밑으로 비치는
그의 붉은 항문
어느 날, 오래된 익숙한 거리를 걷다 한 마리 작은 강아지를 만났다. 털이 복슬복슬한 누런 강아지는 나를 보며 반갑게 따라왔다. 털은 목욕한 지 오래됐는 지 지저분했다. 아마 주인한테 버림받은 모양이었다. 계속 따라와 난 당황해서 가라고 손짓했다. 가엽다고 쓰다듬어 주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놔주질 않을 것 같아서였다. 어떡하나. 내 싸구려 동정심이 두려웠다. 마침 길 가 텃밭에서 배추모를 심던 할아버지가 "저 강아지가 버림받은 거 같소"라며 혀를 끌끌 찼다. 저 강아지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경험의 세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알량한 세월만 탓할 뿐이다. 저열한 세상에 몸을 웅크리고 비굴하게 무릎 걸음을 걷는다. 내 얼굴에 침을 뱉으마! 생채기 난 내 무릎에 뜨거운 물을 부어다오. 끝없이 끝없이 사그라드는 점멸등을 따라 걷는 나.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내 집은 어디인가. 시커먼 적막 속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별도 뜨지 않은 동굴 같은 하늘이 나를 짓누른다. 정말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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