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
1년에 한 번 작가들이 모여 문학정신에 대해, 문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1박2일이 여삼추처럼 지나간다. 작가정신이야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작품 역시 본인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규모 있는 모임을 하는 이유가 있다. 창작과 현실의 벽에 부딪힌 외로움 때문이다. 작가들의 외로움은 문학이라는 자물쇠를 열기 위한 과정에서 생긴다. 자물쇠를 열기 위해 많은 열쇠를 깎아야 하는 것은 작가의 사명이고 자물쇠에 열쇠를 넣었을 때 맞지 않는 시간을 만나는 것은 운명이다.
그런 두려움을 안고 있다고 해도 끊임없이 열쇠를 준비해야 한다. 혹여 게으름을 피우거나 잠시 딴짓(의식주 구하는 일)이라도 하면 창작이라는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져 다시 올라서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다른 하나는 문인 복지다. 갈수록 문학을 하겠다는 아우(弟)들은 줄어들고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많아졌다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인들이 설 자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어떤 일이든 본인의 일을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문인들에게 너희 일은 너희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든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결론을 내려주는 현실은 문인들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듣거나 들어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문학을 떠난 형兄들이 다시 돌아와 창작의 벽에 섰을 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목격했지만 끝내 서지 못한 경우도 여럿 보았다. 이번 대회 역시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에세이 제목을 여기다 옮기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 서로 문학의 안부를 묻고 현실에 노출된 얼굴을 마주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술잔을 부딪치는 일은 관습이 아닌 전통이라고 외친다고 해도 그 술잔 속에 술만 담지 않고 문인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따라 마셨으면 좋겠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계문제에 빠져 결국 문화예술을 포기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심지어 '최고은 법'이 만들어졌어도 문인들에게 복지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다. 저작권 문제 역시 문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어려워한다.
문화예술은 개인이 생산하지만 결코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예술에 공공성의 이름을 붙일 수만 있다면 문화예술인들에게 기본소득 보장이라는 말도 결코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겨우 문화예술 복지에 발을 내디뎠는데 조금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문화예술인들의 현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것 또한 지독한 현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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