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엘킨스 저, 정지인 역, 아트북스, 2007 |
박주한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 |
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때는 눈물을 흘리는 그림들에 대한 해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내용은 정반대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예술가의 경이로운 성취물을 빈정거리는 말투로 몇 마디 평을 던지고 지나치는 현대인들의 감상 태도를 보면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냉정함으로 잃어버린 눈물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제임스 엘킨스는 그림 앞에서 울어본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눈물을 흘리는 원인을 찾아본다. 우리가 왜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운다는 것을 뜻밖의 반응이라고 여기게 되었는지, 눈물이 말라버린 21세기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그림에 대한 인식과 감상 태도를 점검한다.
저자는 감상자가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방법은 첫째, 혼자 그림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둘째, 많이 보지 못하더라도 한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바라보면서 그림 속의 존재(="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한다. 셋째, 고통스런 부재로 텅 빈 마음에서 일어나는 동요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서도, "결국 눈물을 흘려보지 못한 나는 아무것도 모르며, 사랑 없는 삶이 살아가기 더 쉽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며 현대철학,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에 주류로 흐르고 있는 냉랭함을 비판하고 있다.
현대 전시실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사방 전체 벽면을 압박하는 해설문과 도록, 오디오 설명 등 미술 전문가들의 말과 생각들이 압도한다. 그런 말들은 오히려 순수한 마음으로 그림 앞에 선 사람의 창의적 감성을 방해할 수도 있고, 전시실이 작품과 내가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전문가들의 메마른 지식을 듣는 강연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물론 미술사전문가의 무용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방적인 가르침보다 그림을 두고 공감할 수 있는 전시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 사회가 그림에 의미와 감정을 부여하는 개인을 무시하며 의미가 몰락하고, 지성이 몰락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림과 나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의미와 감정이 사라질 때, 그런 그림 감상 태도가 과연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계속 풀리지 않는다.
결국 그림은 개인의 경험과 묶여서 개별화 될 수밖에 없기에 그림 그 자체보다는 사람을 사랑하며 고통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삶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박주한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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