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무엇이 보이나요?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 칼럼] 무엇이 보이나요?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 승인 2019-08-22 14:46
  • 신문게재 2019-08-23 22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19061301000825600033611
그리스신전
고대 그리스 신전
여러분은 전형적인 그리스 신전 모습인 옆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이 신전의 바닥문형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으로부터 수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가 이루어졌다면 믿으시겠어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밑변의 제곱과 높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그것입니다.

필자는 수학사에 가장 위대한 순간으로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피타고라스정리의 발견을 택합니다. 왜냐면 이 발견에 의해서 수백 년 넘게 믿어왔던 수학과 철학의 사고가 무너졌으며 수학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었습니다. "임의의 두 선분은 같은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 즉 공통 측정단위를 갖는다." 이 전제를 기반으로 그리스인들은 수학과 철학의 사고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 전제에 따르면 모든 존재하는 수들은 유리수(rational number, 두 자연수의 비(ratio)을 나타내는 수)였습니다. 왜냐면 임의의 양수 x에 대해서, 위 전제를 양수 x와 1에 적용하면 공통 측정단위인 y가 존재하여 x=ny, 1=my (x는 y의 n배, 1은 y의 m배)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y=1/m이고 따라서 x=ny=n/m이 되어 x는 유리수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하면 한 변이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는 제곱하면 2가되는 수 (이 수를 로 나타냄)이며 이 수는 유리수가 아님을 깨달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의 세상에 유리수가 아닌 수, 즉 무리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순간입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위대한 발견을 세상에 알려 개인의 명성을 얻기보단 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중시하여 이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세상에 이 사살을 알리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렸
피타고라스 정리
피타고라스 정리
습니다.



이 직각삼각형 세 변들의 관계는 피타고라스 시대보다 1000년 이상의 이전인 고개 바빌로니아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으며 피타고라스 이전은 아닐지라도 고대 인도나 중국의 문헌에도 나타납니다. 현재까지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법은 200가지가 넘으며, 미국의 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도 사다리꼴을 이용해 이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리에 피타고라스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피타고라스학파에 의해서 그 사실이 처음으로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무엇을 안다는 것과 그 것을 증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학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이론이나 사실들을 배우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설명하는 힘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피타고라스는 위 신전의 바닥문형을 보고 이 정리를 발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저 신전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것인데, 왜 피타고라스만이 이 사실을 깨달았을까요? 그 이유는 피타고라스는 길이와 넓이와의 관계 등 도형의 성질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위 그림처럼 그 문향 속에서 숨겨진 직각삼각형과 그 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들이 보였던 것이지요. "우리는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라는 어느 학자의 말을 우리는 절실히 공감하게 됩니다.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4.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5.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1. 당진시, 신규 공무원 임용식 개최
  2. <인사>대전시
  3.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4.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5.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이재명 정부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을 둘러싸고 지역 관가에서 설왕설래가 뜨겁다. 일선 현장에선 76년 만에 독소조항 폐지 기대감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문화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환영기류가 우세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일각에선 개정안 국회 통과 때 자칫 지휘체계가 휘청이면서 오히려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대전 지역 공직사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전날 입법 예고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둘..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