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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이나 성희롱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도화선은 2017년 10월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 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수십 년 전부터 배우, 모델, 영화사 직원 등을 성희롱·성추행 해왔다고 한다. 그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나도 당했다'라는 의미의 '#MeToo'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수많은 저명 인사들과 일반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면서, 미투운동은 미국 내뿐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초 서지현 검사가 검찰청 내부 성추문 사건을 폭로하면서 미투운동이 본격적인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정계, 스포츠계, 연예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그동안 수치심 때문에 외면하려 노력했던 수많은 피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 대한민국을 '미투 정국'으로 들끓게 했다.
가해자가 구속된 첫 사례는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미성년자 단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으며,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예술감독은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이들처럼 가해자들이 처벌받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기만 해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신상을 파헤치거나 무고죄로 몰아가는 등의 2차 피해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김기덕 감독은 지난 4월 제41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는가 하면,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도 신작을 공개하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반면 그를 가해자로 지목한 피해자는 김 감독의 역고소와 함께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수많은 고백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미투운동으로 인해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점은 사회적 인식의 혁신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무분별한 고발과 폭로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 때문에 미투운동으로 폭로된 수많은 사건들이 엄격한 검증을 거쳐 억울한 피해자 없이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등 수많은 권력 관계에 있어 약자가 강자에게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회가 계속된다면 '독립만세운동'처럼 질기고 거센 '미투운동'이 대한민국을 다시 뜨겁게 달굴 것이다.
현옥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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