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는 대전에서 K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이날도 오전부터 비가 쏟아졌다. 그냥 비가 아닌 장마철 집중호우 수준이었다.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경기시작 시간 1시간을 앞두고 비가 잦아들었고 개막시간에 맞춰 비가 멈췄다. 빗속을 뚫고 경기장을 찾은 2만여 명의 팬들은 13개 팀에서 선발된 축구스타들이 펼친 멋진 골과 재치 넘치는 골 세리머니를 보며 축구축제를 만끽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내 팀이 됐고, 현역을 은퇴했던 선수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육상 선수로 변신한 축구선수들의 릴레이 계주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고,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축구장의 모습, K리그 올스타전이 아니면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얼마 전 열린 2019프로축구 올스타전은 역대급 막장의 경기였다. 솔직히 말해 올스타전이라 말하기보다는 해외 명문 팀 초청 이벤트에 가까웠다. 나름 축구팬이라 자부했던 기자는 애초부터 이 경기에 관심이 없었다. 올스타전이 언제부터인가 K리그 선수와 팬들의 축제가 아닌 일회성 이벤트로 변질했다는 생각을 한 이후 관심을 아예 끊어 버렸다. 가뜩이나 인성 문제로 말이 많았던 선수가 축구 변방으로 불리는 리그의 경기장에서 몇 분이나 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혹시나 했던 사태가 결국 터졌다. 최대 40만 원에 달하는 비싼 돈을 들여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1시간이나 지연된 경기를 보며 인내하고 기다렸지만 우주대스타라 불리는 그 선수는 단 1분도 뛰지 않았다. 심지어 계획된 팬 사인회에도 나오지 않았고 경기 후 팬들의 야유에도 눈 한번 돌리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를 보기 위해 새벽 기차를 타고 목돈을 들여 티켓을 끊고 들어온 팬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노한 팬들은 보상을 요구하며 주관사에 대한 법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판결이 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K리그 올스타전을 주관했던 프로축구연맹은 자신들도 초청된 팀의 입장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스타 마케팅에 의존한 프로연맹의 준비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맹 나름대로 노력과 항변을 하고 있지만 상처받은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의 올스타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다. 선수도 좋고 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1년에 딱 한 번 뿐인 K리그의 잔치를 기자가 아낸 축구팬의 한사람으로 보고 싶다. 프로연맹과 관계자들의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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