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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범 중 주동자 지강헌은 경찰에게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달라고 했다. 1초, 1초 가슴 떨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탈주범들은 자살하거나 경찰에 총을 맞아 죽었다. 한편의 영화같은 이 사건에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가슴뭉클함을 안겼다. 지강헌은 창가에서 경찰에, 아니 세상 사람들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쳐 국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돈 있는 사람은 죄가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죄가 있다! 당시 전두환 형 전경환은 권력자의 형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말은 이제 하나의 경구가 됐다. 지금도 현실은 가진 자의 세상이다. 가진 자는 더 많은 돈을 가져가고 가지지 못한 자는 벼랑으로 내몰린다. 다시 한번 '홀리데이'를 들어봤다. '당신은 휴일같이 편한 사람이에요 정말로 휴일같이 편한~.' 뻐드렁니 로비 깁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나른함을 준다. 휴일 오후의 한가롭고 나른한.... 지강헌은 시도 좋아했다고 한다. 시 읽는 청년의 세상 밖으로의 탈주. 그리고 극적인 죽음. 정말 시적인 삶이다. 사족 하나. 당시 경찰은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아닌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를 틀어줬다.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죽음 앞에서의 유머라고 해야 하나?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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