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은 여자 1명이 임신을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해요. 정부는 출산휴가 기간을 늘리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어요.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이런 출산 장려책을 내놓은 임금이 있었답니다.
◇ 백성이 많아야 나라가 부강 농업 중심 사회에서는 백성 숫자가 곧 국력이었어요. 사람이 많아야 농사도 짓고, 나라도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조선 왕조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조선 통치의 기틀을 마련한 정도전은 국가를 다스리는 기본 정책을 '조선경국전'이라는 책으로 엮어 왕에게 바쳤죠.
여기서 정도전은 백성, 즉 인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임금은 나라에 의존하고 나라는 백성에 의존하는 것이니, 백성이란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인 것이다. (중략) 과거 중국 주나라에서는 백성의 수를 임금에게 바치면 임금은 절하면서 받았으니, 이것은 그 하늘을 존중하기 때문이었다."
조선 정조 임금은 실제로 정도전이 말한 대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전국의 인구수를 조사한 내용을 받을 때, 예를 갖춰 절을 했다고 합니다. 이를 '헌민수(獻民數·백성의 수를 바친다)'라고 합니다.(중략)
요즘은 '다둥이'라고 해서 아이를 여럿 낳으면 나라에서 현금, 세제 혜택 등을 줍니다. 조선시대에는 자녀가 많다고 나라가 지원을 해주지는 않았어요. 다만 '세 쌍둥이 이상'을 낳으면 도움을 줬습니다.
왕실의 재정 상태나 임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으나 대체로 셋 이상의 쌍둥이를 낳으면 아들 딸 구분 없이 쌀과 콩 10석을 임금이 하사했습니다. 세종 때 종 9품 관리가 녹봉으로 1년에 받는 쌀과 콩이 10석이었다고 하니 거의 1년치 양식을 내려준 셈입니다.(후략)"
조선일보 8월 12일자 <[뉴스 속의 한국사] 세종, 관노비에 출산휴가… 아내는 130일, 남편은 30일>이라는 글이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세종은 역시 명불허전의 대왕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윗글에서 등장한 '조선 왕조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정도전(鄭道傳)이다.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 역사의 중심에서 새 왕조를 설계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꿈꿨던 성리학적 이상 세계의 실현을 보지 못하고 끝내는 정적의 칼에 단죄되어 조선 왕조의 끝자락에 가서야 겨우 신원되는 극단적인 삶을 살았다.
태조 이성계의 장자방이기도 했던 정도전은 '위화도 회군'으로 이성계가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정도전의 야망 또한 급물살을 탔다. 조선이 개국한 뒤 정도전의 활약은 눈부셨다.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는 과정을 비롯해, 현재의 경복궁 및 도성 자리를 정하였다.
그는 조선의 최고 법전으로 일컬어지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까지 지어 태조에게 바쳤다. 이 책에서 정도전은 자신이 꿈꾸던 태평성대(太平聖代)의 '요순시대'를 건설하기 위한 거대한 정치 구상을 제시하였다.
추측하건대 여기엔 백성의 다다익선(多多益善), 즉 국민이 많아야 그 또한 국력(國力)일 거라는 견해까지 담지 않았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지난 2년간 자그마치 58조 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출산율이 더욱 감소하는 배신의 결과로 돌아왔다. 말이 좋아 58조 원이지 이 돈을 기업이나 개인이 감당했다면 그 대상은 필시 파산했거나 사기죄로 투옥되어 수감생활을 해도 부족할 터다.
아무리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예산이라지만 효과도 없이 마구 '탕진한' 저출산 문제 해결 예산 58조 원의 책임자는 왜 이 문제에 대하여 함구하는가? 내 돈이 아니니까 마구 써도 된다는 저급(低級)의 마인드는 국리민복의 가치관 추구에도 반하는 일종의 역적 행위다.
아무튼 도무지 백약무효(百藥無效)인 저출산 극복에 대해 지하의 정도전도 울고 갈 지경이 되었다. 직장을 그만 두면서 화려했던 과거의 경력이 급작스레 돌연사하는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컬어 커리어 쇼크(Career Shock)라고 한다.
이처럼 '커리어 쇼크'의 난기류(亂氣流)에 휩싸인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에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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