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萬行)’이란 종교적인 의미로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하는 수행을 뜻한다. 백두산을 가면 누구나 만행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마음이 숙연해지고 나도 모르게 대자연의 광활함에 눈물이 나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통일을 염원하게 만드는 묘한 명산(名山) 임을 알게 된다.
백두산은 어느 쪽으로 오르느냐에 따라 북파, 서파, 동파라고 이르는데 필자는 북파에서의 백두산을 접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할 만큼 아무나 보기 어렵다는 천지를 3일 동안 내내 활짝 열어주시고 보여주시니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었다. 진짜 원 없이 천지를 봤다. 대자연이 빚어내는 장엄한 광경에 절로 “우와~”를 연발하며 감탄이 터져 나왔다.
3일쯤 되니 천지의 반대편으로 눈이 가기 시작했다. 백두산 꼭대기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빽빽이 긴 줄을 이어 올라오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꼭 순례길을 연상케 했다. 천지는 영험한 신의 기운을 접하는 곳이라면 그 반대편은 바둥대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만약 하느님이 계시다면 하늘에서 우리를 이렇게 바라보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뭔가를 보고자 얻고자 힘든 길을 오르고 있는 저 많은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실까?
불교에서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이 빠짐없이 모두 성불하기 전에는 자신도 결코 성불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 분이다. 백두산 꼭대기에 오르고자 추위와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날씨에도 애쓰며 긴 줄을 이어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지장보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두산은 아마도 선인들의 크신 마음도 경험하게 하는 모양이다.
천지를 두고 북한과 중국이 마주하고 있으니 동파 쪽은 북한에서 들어갈 수 있는 백두산이다. 동파는 바닷가처럼 백사장 같은 땅이 있어서 그쪽에서는 천지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남한과 북한이 나뉘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니 우리의 땅을 남의 땅 중국을 통해 간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러기에 여기 백두산에 오면 저절로 남북통일을 염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함께 백두산을 오른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3일 동안 겪은 감정과 느낌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주었더니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모습을 보니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대자연을 직접 접하여 그 위대함을 알고 그로 인해 저절로 일어나는 겸허심을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 또한 이번 백두산 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며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김소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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