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등 굽은 소나무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등 굽은 소나무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 승인 2019-08-14 10:57
  • 신문게재 2019-08-15 1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윤희진(온라인용)
윤희진 부장
소나무(Pine Tree)의 이름은 다양하다.

백과사전에는 ‘솔’과 ‘솔나무’, ‘소오리 나무’를 모두 소나무로 쓴다.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북동부와 일본 등에 주로 많다. 3국의 질기고 질긴 인연으로 뿌리를 내린 나무가 아닐까 한다.

하늘로 시원하게 뻗으면 높이 35m에 달하고 지름도 2m에 육박한다. 바늘처럼 생긴 잎은 2개씩 있으며 줄기는 단단하다. 송진이 들어 있어 잘 썩지 않으며 깊은 향이 배어 있다.

5월에 꽃이 피는데, 노란색인 수꽃이 먼저 핀 후에 자주색의 암꽃이 자태를 드러낸다. 꽃이 만발하면 온 세상은 노란 꽃가루(송화)로 뒤덮인다. 열매는 알다시피, 솔방울이다. 겨울에도 가지에 매달려 있을 정도지만, 색깔은 붉은 갈색에서 검은 갈색으로 바뀐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당뇨를 비롯해 산후풍, 신경통, 소화불량, 골다공증, 종기, 고혈압, 두통 등을 완화하는 데 좋다고 해서 약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물론, 차(茶)나 술, 그리고 식초, 다식 등에도 빠질 수 없다. 송진은 고약의 원료이기도 하다.

생김새에 따라 다른 생(生)을 살기도 한다.

보면서 즐기는 위한 관상용을 비롯해 정자목(亭子木), 신목(神木), 당산목(堂山木)처럼 보호받는 특별한 ‘숙명’을 가진 소나무가 있다. 하늘로 곧게 뻗은 소나무는 가구나 건축, 선박, 차량, 악기 등 인간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소나무 중에 가장 볼품없고 인기가 없는 건 ‘등 굽은 소나무’다.

말 그대로, 잘 생기도 못하고 곧게 뻗지도 못해 인간에게 외면받는 소나무다. 산(山)에서 태어나 산에서 생을 접는 소나무 대부분은 등이 굽은 야산의 소나무다.

비록 볼품없고 흔하지만, 오랫동안 한반도의 산을 지켜온 건, 등 굽은 소나무들이다. 능력 있고, 잘난 수많은 소나무가 떠났지만, 묵묵히 땅을 지탱해왔다. 숱한 고난과 풍파에도 등 굽은 소나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인류가 태동한 이후 한겨레가 한반도를 지켜오고 지탱해온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중국땅이 된 요동과 요하, 간도는 물론 러시아 연해주까지 잃을 정도로 시련의 역사였지만, 그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은 한(韓)민족이다.

고구려와 신라, 백제 혹은 그 이전부터 고려,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 등 이름은 달라졌지만,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들은 한민족이다. 바로, 내세울 것 없는 민초(民草)이다.

잃을 게 많은 숱한 귀족과 인텔리들은 명분과 대세를 내세우면서 무릎을 꿇었지만, 내세울 것 없는 민초는 꿋꿋이 땅을 지켜왔다. 그래서 민들레와 같은 잡초가 무섭다. 밟고 밟아도 살아나고 뽑고 뽑아도 이듬해 새싹이 돋기 때문이다.

‘경제왜란’이라고 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일제강점기에 이어 네 번째다. 일본이 한반도를 짓밟던 혼돈의 시기, 그때마다 사익을 얻기 위해 '백성', '국민'을 남발하며 항일을 막아선 세력들이 있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지금도, 화살을 내부로 겨누고 있는 이들이 있다. 국난 때마다 맞서 싸우지 않고 항상 무릎을 꿇어왔던 과거의 그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민초가 나라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등 굽은 소나무처럼 말이다.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