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의 발언은 가히 대단했다. 1정 연수와 도무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음담패설로 모자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불건전한 발언도 있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여학생과 스킨십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니. 두 눈을 의심했다.
교원의 능력을 기르는 데 홍채 강의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고, 강의 도중 학생을 상대로 하는 몰상식한 발언이 이어진 것에 놀랐다. 전날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던 교원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강의 도중 퇴장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강의를 들었던 교사들은 해당 대학 교육연수원에 적극적으로 항의했고, 논란이 된 발언을 한 강사와 연수원장은 다음 날 강의실을 찾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의 말 몇 마디로 교사들의 시간을 보상할 수는 없었다.
교사들은 해당 강사에게 문제가 된 발언을 사과하기를 요구했으며, 연수원에 강사 섭외 기준과 강사 자격 등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강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강사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수원장은 해당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앞으로 강사 섭외 기준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답했다.
강사를 섭외하기 전 강의와 적합한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은 연수원의 몫이다. 또한 1급 정교사 연수 취지에 맞는 강의를 구성할 의무도 있다. 제보에 따르면 올해 1정연수 커리큘럼 규정이 바뀌면서 연수원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자율연수 강의가 생겼다. 자율연수 강의에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마임, 그리고 문제의 강의가 포함됐다. 연수원은 책임을 인정하고 해당 강좌를 다른 과정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연수원의 섭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강사 개인의 성인지 감수성도 키워야 한다. 음담패설이 농담으로 통용되는 시절은 지났다. 성적인 발언을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더는 연단에 선 강사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우스갯소리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 대화 내용이 미성년자인 학생을 지칭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교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라면 강사 선정에 있어서 더욱 까다롭고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자질을 갖추지 못한 강사를 연단에 세워서는 안 된다. '이 정도 농담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타인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유사한 사례들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교육문화부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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