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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人)에 글월 문(文). 인문(人文)은 국어사전에서 인류의 문화, 인물과 문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인륜의 질서로 정의된다. 여기에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 '적'과 '인간'을 덧붙이면 '인문적 인간'이라는 표현이 된다. 인류 문화의 성격을 띄는 사람이니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넓어질 수 있겠다. 문학평론가이지만 문학을 넘어 인문학교육과 예술운동의 영역에 걸쳐 활동을 하고 있는 고영직의 첫 번째 저서의 제목이 바로 『인문적 인간』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인문에 대한 정의부터 새로 만든다. "호랑이의 줄무늬는 몸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몸 안에 있다"는 히말라야 라다크 속담 속 '사람의 줄무늬'라는 표현이 어느 날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줄무늬가 바로 '人文'이자 '人紋'이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더니 문신처럼 새겨졌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하며 사는 타동사의 삶이 아닌, 자신이 내켜서 하는 일로 가득한 자동사의 삶이 그 무늬를 만든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인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렇게 살아온 십 년간 쓴 글들을 모았다. 시와 예술의 힘에 관해 쓴 문장들이 줄무늬가 되어 책장마다 이어진다.
책은 세 개의 챕터로 나뉜다. 1부 '시詩의 힘을 신뢰하자'는 천상병, 서경식, 조성웅 등의 작품에 대한 에세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와 삶이 보여주는 자발적 가난이라는 윤리학을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재조명할 필요"가 있으며 "어떤 시들은 강철로 쓰여진다는 점을 우리 삶과 운동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부 '시대의 우울과 실천인문학'에 수록된 글들은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쓴 글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며 시와 예술을 통한 마음생태학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한 글 등이 담겼다.
3부 '나우토피아를 위하여'는 '지금, 여기'에 세우는 '여기-천국'에 대한 글들로, 블랙리스트와 검열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시간의 의미를 성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4·16 세월호 참사에 관한 에세이를 실었다.
제목만 보면 인문학 일반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던 책에서 저자는 '문학'을 자기토대로 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 더불어 사는 일의 실천적 함의를 착착 쌓아나간다. 저자가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것은 그의 조크(joke)인 '비빌리힐스(비빌里Hills)'에 잘 나타나 있다. '비빌리힐스'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인 베벌리힐스에 대한 풍자인 것 같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풍자를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삶을 기대는 즉 서로 의지하는 언덕이 되어주자는 능동적인 실천성을 갖는다. 시종일관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하며, 시와 예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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