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자전거정책, 결국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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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자전거정책, 결국 예산이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9-08-11 13:04
  • 신문게재 2019-08-12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장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계에서 자전거를 제일 많이 타는 나라는 어디일까? 단연 네덜란드다. 국민 1인당 자전거 대수가 1.11대로 자동차보다 많다. 자전거분담률 30%가 넘는 도시도 수두룩하다. 그로닝겐, 츠볼레, 라이덴 등이 대표적이다. 대도시 중에는 수도인 암스테르담이 27%로 가장 높다. 암스테르담의 하루 자전거 이용 거리는 200만㎞다. 시민 모두가 하루 2.7㎞를 타는 셈이다. 자전거도로 767㎞, 전용도로는 513㎞, 보안이 갖춰진 자전거주차장 같은 시설이 있음은 물론이다.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이방인들은 출퇴근시간대 거대한 자전거 물결과 1만대를 수용하는 암스테르담중앙역 자전거주차장의 규모에 놀라곤 한다. 또 세계의 자전거 수도답게 환경도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시민들을 만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한가지. 암스테르담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유가 뭘까? 흔히 말하는 대로 지형이 평평하고 온난하기 때문에. 아니면 원래부터 자전거를 많이 탔기 때문에. 둘 다 아니다. 같은 기후와 지형을 갖는 유럽에는 런던, 파리를 포함해 자전거 분담률이 우리와 비슷한 3%대인 도시도 수두룩하다.

또 1960년대 암스테르담은 매년 33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승용차 분담률이 우리보다 높은 65%에 이르렀던 도시다. 지금의 분담률이 된 것은 1970년대 2차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탈자동차’를 선언하고 자전거에 집중투자하기 시작한 8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 어떻게 이런 성과를 냈단 말인가? 우리나라, 우리 대전도 사람중심교통, 친환경도시를 표방한 것은 꽤 오래지 않은가 말이다. 정책전환 의지의 문제일까?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정확하게는 재원투자의 차이에 있다. 말로는 달나라에 가는 것이 무예 대수겠는가? 자전거 이용률은 탈 만한 환경이 갖춰져 있느냐가 핵심이고, 환경은 재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자전거에 대한 투자재원구조는 우리와 2가지가 다르다. 우선 자전거 관련 예산은 중앙정부에서 40%를 보조한다. 한 때, 국도와 4대강에 자전거도로 건설을 위해서 중앙정부 예산이 투입된 적이 있으나 지금은 거의 없고 전부 지자체 몫이다. 지자체 공동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둘째, 자전거 이용 활성화의 주체인 지자체와 의회의 자전거 예산에 재원투입 규모도 다르다. 대전시의 경우, 2018년도 자전거 예산은 시민 1인당 5000원 정도다. 이것도 민선 7기 들어 늘어난 수치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분담률 25%를 넘은 2000년 이후에도 매년 2000만유로, 시민 1인당 약 27유로(한화 3만8000원)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예산투입률이 곧 이용률인 것이다.

이제 곧 2020년도 예산시즌이다. 시와 시의회에서 정책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예산으로 의지를 보여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시민의식이 있어도 불편하고 위험한 환경에서는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고, 사람중심교통을 실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와 대전시의회에서 관심을 갖기 바라는 마음이다./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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