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했다. 가난했지만 반에서 줄곧 1~2등을 질주했다. 하지만 가난하여 중학교조차 진학할 수 없었다. 본의 아니게 소년가장까지 되어 역전에서 신문팔이와 구두닦이로 나섰다. 가출한 어머니, 깊은 병이 든 홀아버지를 봉양하자면 필자라도 나서야 한 때문이다.
당시 구두닦이는 수입의 반을 왕초(거지·넝마주이 따위의 우두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불법이었지만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절이었기에 하는 수 없었다. 따라서 힘들게 구두를 닦아봤자 큰돈을 벌수 없었다. 반면 비가 쏟아져서 우산을 팔면 고스란히 필자 몫이 되었다.
우산장사야말로 어떤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블루오션은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를 말하며, 한 기업에서만 신기술의 신제품이 개발되어 팔리는 무경쟁시장을 말한다.
그래서 구두를 닦으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리곤 저만치서 먹구름이 몰려오면 냉큼 우산 도매상으로 달려가 우산을 떼왔다. 얼마 전 충북 청주 야산에서 실종돼 열흘 만에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이 뉴스를 뜨겁게 달궜다.
보도에 따르면 조은누리 양의 생존 '기적'은 실종된 산이 있는 청주에 열흘 중 여드레 동안 비가 온 때문이라고 했다. 덕분에 조 양은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빗물을 받아 마시며 버텼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비가 정말이지 조 양을 구한 일등공신인 셈이다.
따라서 비에 대한 경배(敬拜)를 아니 할 수 없다. 비는 만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구세주다. 또한 비는 아래로 흐르는 겸손함까지 지니고 있어 자애롭다. 야근을 하던 오늘 새벽에도 비가 내렸다. 순찰을 돌다가 일부러 그 비를 맞았다.
순간 외화 '쇼생크 탈출'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옥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축복 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환호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서 더욱 시원했다. 구두닦이와 우산장사 시절을 지나 이러구러 세월은 여류했다. 나도 결혼을 하였고 두 아이를 보았다.
여전히 가난했기에 사교육은 언감생심이었다. 대신 주말과 휴일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부지런을 떨었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원하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늦었지만 필자 또한 지천명의 나이에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에서 만학을 시작했다. 이후 경비원으로 취업했으나 박봉이라서 투잡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었다. 궁여지책으로 만 권 이상의 독서를 점령하고 20년 가까이 습작한 내공을 바탕으로 정부기관과 언론사, 지자체 등지서 시민기자로 잔뼈를 키웠다.
덕분에 4년 전의 첫 저서에 이어 지난 5월엔 두 번 째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여덟 곳의 매체에 프리랜서 기자와 작가로 글을 올리고 있다.
- "부족함이 최고의 선물이다. 유대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부족(lack)에 있다. 탈무드에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라.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올 것이다'란 격언이 있다. 유대인은 부족함을 최고의 선물로 삼아 유일한 자원인 두뇌 개발을 위한 교육에 집중하여 오늘의 성공을 일구었다." - 헤츠키 아리엘리(Hezki Arieli) 글로벌 엑셀런스 회장이 한 말이다.
"부족함이 최고의 선물이다"라는 탈무드의 말처럼 필자가 남들처럼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면 어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부족하면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부족함은 간절과 희망을 동반하는 양수겸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비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여전히 부족한 현실에도 기꺼이 화해의 악수를 내민다. 언젠가는 반드시 필자에게도 장마의 넉넉함이 풍요로움이란 화수분의 댐 안에 가득 담길 것이라 믿는 때문이다.
두 번 째 저서가 순항하고 있으며 2쇄까지 찍고 있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여기저기 기관과 지자체에서도 추천도서로 선정되고 있음 또한 이런 믿음에 더욱 견고한 디딤돌이 돼 주고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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