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
마지막 시집 『천국에 못 가는 이유』 이후 28년 만에 장정일이 돌아왔다. 시인으로서의 귀환을 알리는 『눈 속의 구조대』.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 산문가이기 전부터 시인이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인임을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증명한다. 그로테스크한 고백체의 문장가이자 도시적 감수성의 출발점이자 몰개성의 시대를 뚫고 나온 유니크의 화신으로 불리던 그의 시편이 그간의 세월과 부침을 겪어 어떻게 달라졌을지 혹은 그 모습 그대로일지 궁금해 했을 수많은 독자에게 장정일은 에둘러 답하지 않는다. 오로지 시로, 시에서의 정동과 태도로만 말한다.
'나는 문예지를 볼 때(2019년 기준) 시인들의 약력부터 보고, 1990년생 이전 태생이라면 거들떠도 안 봐. 등단한 지 10년만 되면 모조리 폐닭, 쉰내 나는 쉬인이지'라는 「양계장 힙합」에서처럼, 시인은 시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한다. 그의 시는 계속 변신함으로써 변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30년 전과 비교해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그렇기에 여전히 그 자리인 우리의 삶처럼 장정일의 시는 모든 게 변했고, 그래서 제자리다. 장정일의 제자리는 무수하고 날카롭다. 온몸 찔려 가며 그의 시로 향해 갈 독자들도 여전히 자리에 있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