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기술주권 확보해야 이런 꼴 안 당한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기술주권 확보해야 이런 꼴 안 당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승인 2019-08-05 11:27
  • 신문게재 2019-08-06 1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동구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재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로봇, 드론, 수소차, 3D프린팅, 바이오신약, 스마트팜 등 핵심소재 개발 없이 어느 하나 실현 가능한 것이 있는가. 그래서 '산업혁명은 소재혁명'이라 부른다. 그동안 우리는 외적인 하드웨어 몸짓만 키워왔다. 물론 글로벌 분업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업체마다 가장 잘 만든 소재를 구해 세계최고 제품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품질 이슈 때문에 국산 제품을 안 쓴다면 영원히 일본 기업을 키워주며 종속 관계에 있겠다는 말인가.

'네 탓'만 외치며 싸우는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경제가 걱정이다. 국민들은 앞으로 먹고살 일이 큰 걱정이다. 지금 우리나라 외교력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정책을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우선순위와 속도조절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한일 갈등이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의 영공 침범에 이어 북한까지 잇달아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며 한반도 정세를 마구 뒤흔들고 있다. 미국은 뒷짐 지며 여유롭게 우리 정부의 대응자세를 관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 아닌가.

그동안 사드 사태 등 미묘한 상황이 벌어져도 우리 기업이야 어떻게 되든 저자세 일변도로 슬슬 기던 중국이 아니던가. 최근 북한을 대하는 안일한 국방·안보 태세는 더욱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죽창가와 이적(利敵), 친일파 등 초강경 일변도로 국민들의 반일 감정만 부추겨선 안 된다. 일본과는 미래를 위한 동반성장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남녀 간에도 짝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이 커져 스토킹에 가까워진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만 가슴앓이하는 외사랑이 낫다. 짝사랑은 상대방이 어렴풋이 알아차리기에.

이번 한일 갈등으로 인해 소재 산업을 우리 스스로 자립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았다. 늦게나마 정부나 정치권도 산업생태계의 부실성과 취약성을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 정말 큰 소득이다. 그 점만은 일본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번 기회에 일본을 비롯한 소수의 기술 강국에게 핵심소재나 부품을 일방적으로 의존해왔던 우리의 못난 자화상을 깨끗이 지워야 한다.



중소기업이 정말 힘겹다. 한층 강화된 환경 및 안전 기준을 맞추려면 설비투자에 들어갈 비용이 예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또한 원가경쟁력이나 자금 운용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말뿐이 아닌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또한 기업이 일하기 좋도록 화관법, 화평법 등 불합리한 법·제도의 과감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제발 기업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놔두자.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에 떠안기는 악순환은 그만두자. 지금은 '기업경쟁력이 국력'인 세상이다. 국가 간의 기술격차를 극복하고 기업 간의 신뢰를 만들어주는 게 바로 정부 역할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