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지난 주말 '씨비스킷'(Seabiscuit)'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이 영화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으로 미국이 좌절과 절망의 늪에 허덕이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씨비스킷'이라는 경주마와 이를 중심으로 뭉친 세 주인공인 마주(馬主)와 조련사, 기수들이 각자 자기 앞의 삶의 시련을 딛고 인생승리를 거두는 과정이 담겨 있다.
세계 대공황(Depression)은 1929년 미국 뉴욕 월가(街)의 '뉴욕주식거래소'에서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시작된 가장 전형적인 세계공황으로, 1933년 말까지 세계의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 파급됐고 여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까지 이어졌다.
주가폭락은 미국 경제의 각 부문에 급속도로 파급돼 물가 폭락과 생산 축소, 경제활동 마비상태를 야기했다. 1933년에는 미국 전체 근로자의 30%에 해당하는 15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어 전국적으로 실직자들이 넘쳐났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일으켜준 것은 볼품없는 한 마리 경주마 '씨비스킷'과 그를 둘러싼 흑수저, 루저(loser)들이었던 마주(馬主)와 조련사, 기수였다.
이들 주인공의 만남이 있기 전의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흙수저와 루저의 삶이었다. '씨비스킷'은 작은 키와 굽은 다리, 초라한 외모로 조롱받으면서 단돈 25달러를 벌기 위해 매일 혹독한 채찍질을 견뎌내야 했다.
기수 쟈니 폴라드는 대공황의 여파로 인한 경제고로 심한 고통을 당하던 부모 곁을 떠나 고아처럼 살면서 낮에는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고 밤이면 돈을 벌기 위해 무명 권투선수로 권투경기장에서 죽을 만큼 얻어터지면서 생활했다. 죽도록 맞다가 한쪽을 실명한 그는 세상에 맞서 살아가기엔 너무 왜소하고 기수가 되기엔 너무 몸집이 컸다.
마주 찰스 하워드는 서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다 아들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그의 삶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들의 죽음을 남편의 탓으로 돌리면서 이혼했고 결혼생활도 파탄 나고 혼자 남게 되는 상처 속에 살았다.
나이 많은 말 조련사 탐 스미스는 경제 대공황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 신세로 살아가고 있었다. 마주 하워드에게서 거칠고 난폭한 작은 경주마 씨비스킷의 조련을 맡으면서 그는 쟈니 폴라드라는 한 기수에게서도 그 경주마와 같은 상처 입은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흙수저 또는 루저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마주와 경주마, 그리고 조련사와 기수가 만나 함께 안락사 직전의 경주마를 미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명마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국난(國難)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나 일단 싸우게 됐다면 이겨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국난극복의 역사가 있다. 과거 몽골침입이나 임진왜란 등 다른 나라의 침략에는 임금이나 고관대작들이 다 도망갈지라도 흙수저나 루저로 상처받고 살아가던 국민이 의병으로 분연히 일어나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켰다.
또한 IMF 경제위기 같은 어려움에도 국민의 자발적인 금 모으기 등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듯이 이번 일본과의 경제문제도 국민의 힘으로 극복해 갈 것을 기대하고 확신한다.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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