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기는 쉽다. 좋은 부모가 되기는 어렵다. 아이를 많이 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를 주제로 이십여 년 전 칼럼을 썼던 일이 있다. 꼭 필요한 것은 공짜이듯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공부하지 않는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남들 따라가다 보니 부모가 된다. 깨달았을 때 우리 아이는 이미 교육 적령기가 지나 있었다.
남자도 당연히 육아를 공부하고 숙지하여야 한다. 시민운동 차원이 아니다. 제도화 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교육자가 되어야 하는 과정이 있다. 결혼생활이나 육아도 그에 해당 된다. 운전면허처럼 일정 수준 시험과 검증을 거쳐 면허를 받아야 한다. 어른 자격증, 결혼 면허증, 부모 자격증, 좀 생소하지만 그만큼 소중하다는 말이다. 자격 취득 다음 결혼도 육아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이는 먹고 싶어 먹는 것이 아니다. 해가 바뀌면 하나씩 절로 가산되는 것이다. 연륜이 쌓이는 것은 누구나 동일하지만, 내용물은 엄연히 천차만별이다. 어르신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나 어르신이 되지만 좋은 어르신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젊어서는 다양한 철학서를 비롯하여 예절, 처세술, 리더십 등을 공부한다. 퇴직과 함께 모두 멈춘다. 은퇴는 졸업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인생을 은퇴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나, 죽을 때 까지 학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론 더욱 그렇다.
나이 헛먹었네 하고 비아냥거리는 말이 있다. 주위를 살피자니 그에 부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저렇게 판단하고, 행동할까? 나이 먹었다고 배울 것이 없는가? 성찰 할 일이 없는가? 다 안다 자부한다면, 깊이를 더 하는 것은 어떨까? 서양 음식은 깊은 맛이 없다. 우리 음식은 깊은 맛이 담겨있고, 너나없이 그를 즐긴다. 만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사람, 향기로운 사람, 즐거움과 행복을 배달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떨까? 무한한 역할 중에 하나 골라보자. 좋은 할아버지가 되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미래인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어른은 괄시해도 애들 괄시는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요, 미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논어 자한편에도 후생가외라 하지 않았는가?(공자가 말했다. 후진을 두려워해야 한다. 어찌 앞으로 올 사람이 지금 사람보다 못하다 하겠는가? 나이 사오십이 되어도 이름이 들리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 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
대부분 아는 이야기로 순자 권학에 나오는 말이다. 해석문과 함께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군자 말하기를, 학문이란 중지할 수 없는 것이다. 푸른색은 쪽에서 얻었지만 쪽보다 푸르고, 얼음은 물로 된 것이나 물보다 차다. 나무가 곧은 것은 먹줄가운데 있기 때문이요, 구부려 바퀴로 만들면 구부러진 형태가 곡척에 부합한다. 비록 볕에 말려도 다시 펴지지 않는 것은 구부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무가 먹줄을 받으면 곧게 되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군자는 널리 배우고 날마다 거듭 스스로를 반성하여야 지혜가 밝아지고 행실에 허물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 오르지 않으면 하늘이 높은 줄 알지 못하고, 깊은 골짜기에 가 보지 않으면 땅이 두터운 줄 알지 못한다. 선왕의 가르침을 듣지 않으면 학문의 위대함을 알지 못한다.(君子曰, 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水爲之, 而寒於水. 木直中繩, ?以爲輪, 其曲中規, 雖有槁暴, 不復挺者, ?使之然也. 故木受繩則直, 金就礪則利. 君子博學而日參省乎己, 則智明而行無過矣. 故不登高山, 不知天之高也. 不臨深谿, 不知地之厚也. 不聞先王之遺言, 不知學問之大也.)"
인류 역사에서 보듯 인간은 청출어람이다. 그래서 미래가 있다. 바람직하게 변화한다. 새 생명은 감동이요, 흥분되고 기대되지 않는가? 출산, 그 자체로 얼마나 큰 기쁨이요 행복인가? 더불어, 생명체는 오로지 자식을 통하여 생명을 잇는 것이다. 건강한 생명을 통하여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거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해보자.
아이와 함께 가 볼 곳을 선정하였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문화예술을 비롯한 각종 유익시설을 만든다. 때문에 전국을 대상으로 해보니 무수히 많다. 거기에 시기, 계절별로 다르니 얼마나 많은가? 모두 가보기 어렵다. 수년 동안 틈만 나면 데리고 다녔으나 아직 백여 회를 넘지 못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함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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