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고맙게도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잘 자라 준 아이들 덕분에 주변에서 자녀교육에 대해 필자에게 자주 묻곤 한다.
사실 필자는 특별히 자녀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이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 집안일과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특별히 자녀들을 위해서만 시간을 많이 낼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이 세네 살 정도 될 때까지는 남편 직장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살아서 조금 신경을 써서 아이들을 돌볼 수가 있었다. 그때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었다. 예를 들면 억지로 떼를 쓰지 않고 기다리는 법과 위험한 것에 주의를 하는 법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유식을 통해 골고루 여러 가지 맛을 맛보게 해서 편식을 하지 않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게 다였다. 한창 예쁠 때 조금 냉정해야 할 교육을 시키기는 쉽지 않았지만 부부 서로 존중하기, 가족이 함께 식사하기, 아침밥 거르지 않기 등의 규칙들이 사소해 보여도 아이들의 습관, 품성, 인격, 나아가 지능까지도 가정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규칙이야말로 아이들이 갖춰야만 할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해서 지켜나갔던 것 같다.
큰애가 7살, 작은 아이가 4살 때 서울로 와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는 자녀에 대한 교육이라는 것이 그냥 일상적인 삶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었다. 대신 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엄마가 바쁘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게 했고 한두 시간만 시간을 내서 숙제를 도와주고 함께 놀이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냥 말로만 '가서 공부해'가 아니라 함께 책도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놀이처럼 공부를 했다. 과학도 함께 실험을 하면서 공부를 했더니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그때부터 다른 또래 아이들까지 가르치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되니까 아이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고 필자는 돈도 벌고 우리 아이까지 함께 가르칠 수 있어서 일석 몇 조가 되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공부를 했고 평소에 따로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었다.
인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은 거의 유대인이라고 할 정도로 자녀 교육하면 유대인을 꼽는다. 그렇다면 유대인의 독특한 교육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한 내용들이었다.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의 균형, 즉 전인교육(全人敎育)이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가정교육에 엄격하다.
필자 또한 아이들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들에게 직접 교육시킨 것이 아니라 필자 본인이 인성을 갖추도록 열심히 공부를 했다. 강의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었다. 아이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듣고 보고 자란 것뿐이었다.
필자의 자녀교육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면 다들 다음과 같이 반응을 보였다.
"어휴, 댁에 아이들을 착하게 타고나서 그렇지 우리 아이는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해서는 되질 않아요"
처음부터 착하지 않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을까? 아이들은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아이들을 강제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공부를 하고 그 부모를 보고 자라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자녀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유대인들도 본을 보이기 위해서 부모들이 공부를 했고 어릴 때 갖춰야 할 기본 상식과 예의는 철저히 교육시키고 커서는 항상 자녀들과 의논하고 토론하며 성장해서도 의논할 상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부모는 부모가 원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 뒷받침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 무엇이든지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이 20살이 넘었으니 앞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잘 살아가길 바란다. 잘해나갈 거라고 믿는다. 필자 또한 이제부터 아이들이 조금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스스럼없이 언제나 의논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부모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준비하며 살고 있어야겠다.
김소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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