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관계의 세계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관계의 세계

- 영화 <라이온 킹>

  • 승인 2019-08-01 17:08
  • 신문게재 2019-08-02 9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movie_image
영화는 생각대로였습니다. 아주 익숙한 이야기가 큰 변화 없이 진행됐습니다. 어린 사자가 우여곡절을 겪고 드디어 우람한 밀림의 왕으로 우뚝 서는 성장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옛 소림사 무술 영화와도 비슷합니다. 정치적 역경으로 몰락한 명문가의 후손이 가까스로 살아남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절에서 천덕꾸러기로 자라다가 청소년기가 지나면서 정체성을 깨닫고 무술에 정진하여 간웅을 처단한 뒤 국난을 평정하고 나기도 전부터 혼약된 가문의 처자를 만나 결혼하는 스토리 말입니다. 우리 역사 속 인물인 동명왕 주몽이나 궁예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영화의 미덕은 전형적 성장 서사 구조 속에 자리한 관계성에 있습니다. 심바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빠 사자 무파사입니다. 그러나 무파사는 왕과 아버지로서의 권위와 엄격함보다 친구에 가까운 관계성을 통해 심바를 대합니다.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쏟아져 내릴 듯 수많은 별이 빛나는 밤 무파사와 심바가 몸을 맞대고 누워 대화하는 대목일 것입니다.

무파사와 심바의 관계뿐 아니라 영화는 무파사의 비서이자 잔소리꾼인 자주, 어린 암사자인 날라, 어머니 사라비, 늙은 원숭이 라피키, 도망친 곳에서 만난 티몬과 품바 등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를 통해 심바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위로와 조언, 공감과 격려, 도전과 동행 등 심바와 이들의 관계가 영화 속 이야기의 결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합니다. 또한 사막의 모래, 불어오는 바람, 밤하늘의 별, 숲의 나무와 꽃, 나비들까지도 심바를 둘러싸고 관계를 형성합니다. 실로 한 아이가 어른이 되는 데는 온 우주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순환론, 유기적 관계론, 직선적 낙천주의, 기계적 약육강식 등 영화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언급됩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일 수도 있습니다. 동물들을 통해 전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하게 합니다.



애초 2D 애니메이션(1994)이었던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실사영화나 다름없을 만큼 실감나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익숙한 노래들도 보는 즐거움에 듣는 흥겨움을 더합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