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 |
조지 오웰 저, 이한중 역, 한겨레출판사, 2010 |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다른 세상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고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저 아래 누가 석탄을 캐고 있는 곳은, 그런 곳이 있는 줄 들어본 적 없이도 잘만 살아가는 이곳과는 다른 세상이다. 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곳 얘기는 안 듣는 게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세계는 지상에 있는 우리의 세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머지 반쪽이다."
"리스펙트!"를 외치며 박 사장이 집으로 퇴근하는 발걸음에 맞춰 센스있게 밝혀주던 근세는 말 그대로 피눈물을 흘리며 센서 등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며 죽음의 한 가운데서 조난위기신호를 보내지만 간단한 안주인 연교는 자동센서가 왜 가끔 고장 난 것처럼 깜빡이는지 의아할 뿐이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가? 출근길에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차량이 제 시간에 움직이지 않으면 기관사가 성실하게 일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비난하거나, 그냥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이내 무심하지 않았던가? 석탄을 나르는 벨트에 몸이 두동강 난 채로 방치되었던 청년의 죽음이 불과 반년 밖에 지나지 않은 2016년 말의 일임에도 마치 1936년에 광부들이 탄 승강기가 추락해 노동자 여럿이 죽었다더라 하는 책속의 일처럼 일상처럼 '간단'하게 여기고 살진 않았던가?
내가 당연하게 여기고 단순하고 깔끔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해왔던 이 세상은 사실 수많은 노동자의 피땀과 눈물, 그리고 한숨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처럼 그걸 잊고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우리 함께 '위건 부두'로 가자. 노동 현장을 바로 보고, 땀 냄새를 곁에서 맡으며 함께 가자. 진보인척, 사회주의자인척 하지만 사실은 냄새를 혐오의 도구로, 선을 긋는 그 적들을 찾아내자. 그 적의 모습을 아침 세수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옆에 끼고 동네카페에서, 동네책방에서 독서모임을 만들어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직장동료, 선후배, 친구, 지인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수다'를 떨어보자.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르고 투쟁 조끼를 입고 연대하는 것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먼저 해야 할 과제가 바로 그 '수다'와 '정기적인 만남'과 '독서모임'인지도 모른다. 조지 오웰이 지금까지 살아있어서 대한민국에 이민 와서 살다가 기생충을 봤다면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을까?
"우리 이제 모여 앉아 서로에게 나는 냄새는 맡아보고, 그 냄새를 견뎌볼까요? 냄새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우선 그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토론해봅시다. 모두가 향기 나는 세상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무엇부터 이야기해볼까요? 편하게 이야기 해봅시다. 그렇게 어울리다가 같이 냄새날까, 노동자계급으로 굴러 떨어질까 불안해하지 마세요. 우리가 잃을 것은 근혜체 내지 보그체 아니면 '명징'이나 '직조' 정도의 어려운 단어들밖에 없을 테니까요."
김기수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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