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도의 히트곡 <원점>이다. 원점(原點)은 시작이 되는 출발점, 또는 근본이 되는 본래의 점을 뜻한다. 사랑했던 그 사람을 말없이 돌려보내고 '원점으로 돌아서는' 마음은 이미 열정이 식었다는 표현이다.
동아일보 7월 27일자에 박상준 객원논설위원 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의 [일본은 어떻게 희토류 분쟁에서 승리했는가?]라는 칼럼이 실렸다.
= "(전략) 2010년 9월 7일 센카쿠(尖閣) 열도에서 중국인 선장이 일본 해경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연됐다. 중국인 선장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여긴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고 항의했고, 중국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올해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응수하고 있는 것과 많이 닮았다. (중략)
2010년 희토류 수출 규제는 일본이 입을 수 있는 피해의 정도에서 2005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는 그 급이 달랐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2005년과 달리 무서울 만큼 냉정하게 미래를 위해 움직였다.
우익을 중심으로 각지에서 반중 시위가 벌어졌지만 폭력 사태는 없었다. 중국대사관을 향한 협박도 일절 보도된 바가 없다. 외부의 적이 더 강해지고 위협이 더 거대해졌기 때문에 긴장감도 그만큼 더 컸던 것 같다.(중략)
2012년 4월, 일본 대기업 히타치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산업용 모터를 개발했다.(중략) 희토류 분쟁은 결국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가 2009년 86%에서 2015년에는 55%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의 희토류 업계는 2014년 적자를 냈다. 희토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WTO에서 패소한 중국 정부는 2015년 1월 희토류 수출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일본 기업은 2010년의 충격을 잊지 않고 지금도 희토류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중략)
한국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부 정책이 원점에서 새로 출발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후 평가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 한국에서도 기초소재산업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2년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2019년의 소동을 기억하고 있을까?" =
국민들이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다. 그런데 이 칼럼의 논조처럼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부 정책이 '원점'에서 새로 출발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와 관련해 접수한 국민 의견을 발췌해 이번 주 내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일본정부의 꼼수는 이번 기회에 한국기업들까지 저 아래의 바닥으로 추락시킬 속셈임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서둘러 협상이라도 하는 게 국가의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 정부는 대일정책을 강공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그 바람에 한일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노파심에서 첨언하는데 이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필자를 절대로 '친일파'로 몰지는 말라.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민주시민이니까! 작금 한일관계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참고로 '치킨게임'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을 말한다.
국제정치학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 가운데 하나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이었다.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치킨('겁쟁이'를 뜻하는 속어)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즉,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 바로 치킨게임이다. 정치학자들은 1950~1980년대의 남북한 군비경쟁, 1990년대 말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핵문제를 둘러싼 대립 등도 치킨게임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하고 있다.
외교와 경제에서 이러한 극단적 치킨게임은 두 국가 모두에게 심각한 상처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시급히 이러한 관계의 악화를 봉합해야 옳다.
관계의 악화는 소통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그 악화는 또한 부정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작용한다. 한미일 3국 간 유대와 공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전히 견고한 동맹을 맺고 있는 북중러는 지금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겠는가?
더욱이 북한은 한국의 대통령을 일컬어 "조선 당국자"라며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함구하면서 대꾸조차 않고 있으니 이 여름이 더 무덥다.
강병부국은 대한민국이 불변하게 추구하고 실천해야 마땅한 국가기조이다. 정권이 바뀔 적마다 이조차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옳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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