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했던 어린 계절

열세 살의 여름│이윤희 지음│창비

 창비 제공

열세 살의 여름을 맞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여름의 방학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가 금세 다시 물러나고, 가을의 햇살 아래 단풍잎을 만지작거리고 나면 어느날 겨울의 눈이 말도 없이 어깨를 덮는다. 그 겨울이 끝나면, 아이들은 이제 다시는 어린이라고 불릴 일 없을 중학생이 된다.

이윤희 작가의 만화 『열세 살의 여름』은 어느새 잊고 지냈던 그 어린 계절의 장면들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1998년 여름 방학, 주인공 해원이가 가족과 놀러 간 바닷가에서 같은 반 산호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람에 날아간 해원이의 모자를 산호가 찾아 준 사건 이후로 둘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 간다. 개학 후 교실에선 해원이를 짝사랑하는 반장 백우진, 우진이를 좋아하는 정려희 등 주변 인물의 엇갈리는 마음이 뒤섞인다.

주인공들은 친구와 교환일기로 비밀을 나누고, 짝꿍 바꾸기 때 누가 나를 지목할까 긴장하고, 책상 서랍에 몰래 편지를 넣어놓기도 한다. 그 속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음들이 빛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작은 칭찬에도 얼굴이 빨개 질만큼 설레 하며, 다치는 걸 보고 밴드를 챙겨 건네는 아이들의 풋풋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좋아하는 피아노를 놓고 싶지 않아 연주회에 나서는 해원이의 끈기도 대견하다.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길 응원하는 작가의 진심이 전해져 독자들에게도 소중한 우정의 기억을 돌아보게 한다. 피구게임, 비디오 대여점, 귀신이 나온다는 빈집 등 학교 안팎의 다양한 풍경으로 공감의 미소를 짓게 하는 건 달콤한 덤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