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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표현해요. 혐오는 가랑비이다, 라고요. 그 안에 있으면 계속 젖어요. (…) 젖은 옷을 말리지 않으면 어느 순간 푹 젖게 돼요. 혐오라는 가랑비에 젖은 옷을 말린다는 것은 내 위치에 대한 성찰을 말합니다. 내가 어떤 집단으로부터 대상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를 대상화하는 특권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고민해 봐야 해요.' - 김홍미리(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지금의 한국은 혐오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인종이나 민족, 국적, 성별, 연령 등을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일삼는다.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자살률은 OECD 국가들 중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아졌고, 집단 따돌림이나 '묻지 마 폭력'도 크게 늘었다. 사람들은 일상적 과로와 무한 경쟁의 상황에 놓이게 됐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지 못하게 됐다.
절망적인 상황은 사람들에게 저마다 분노할 대상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빈곤층, 장애인, 성소수자 등 주로 사회적 약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됐다. 혐오를 당하는 대상이 또 누군가를 혐오하는 악순환의 고리도 생겼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혐오를 부추기는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이익 집단마저 등장했다.
책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는 혐오의 시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권연대'가 2018년 진행한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란 이름으로 진행한 강좌의 주요 강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고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혐오를 자신이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종교, 차별, 여성, 법 등을 주제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혐오 현상이 심각해진 까닭을 진단해보고,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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