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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세계사』 시리즈를 통해 인간사로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통찰력을 보여준 저자가 동물로 눈을 돌렸다. 그림 속 여성의 품에 안겨 있던 개나 고양이, 소년의 뒤에 고삐가 묶인 채 선 망아지 등 다양한 순간에 담긴 동물들이 새로운 상상의 문을 열어줬다. 문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곁에서 묵묵히 함께해왔지만 대부분 소리없이 사라졌던, 그나마 기록이 남아도 역사책에서 한 줄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곤 했던 동물들의 역사가 책 속에 펼쳐진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대활약한 용감한 개 '스터비',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잔혹한 고양이 학살의 흑역사를 증언하는 고양이 '라그리즈', 세계 최초의 동물 슈퍼스타였던 코끼리 '점보', 최초로 자동차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한 개 '버드' 등 스물 두 마리 동물들의 이야기는 독특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참혹하고 슬프다. 그들은 "말할 수 없어 참을 수밖에 없고 당할 수밖에 없었던 약자 중의 약자"였으며 "인간의 변덕에 따라 사랑을 듬뿍 받기도 하고 엄청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이야기 중 일부는 인류의 부끄러운 과거사로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느리게나마 동물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는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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