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이후 반년간 대립각만 세워오던 두 단체가 민간 체육회장 선거를 불과 수개월 앞두고 스스로 통합논의 테이블로 나오겠다는 의사를 비췄기 때문이다.
체육계에 따르면 올 2월 통합체육단체 의장선출 과정에서 불협화음으로 '분가'된 대전체육종목단체협의회(의장 김명진)와 대전체육단체협의회(의장 양길모)가 통합논의를 위해 조만간 만난다. 양 쪽에서 협상 대표단 5명씩을 추리는 등 전과 달리 통합논의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단체 수장인 김명진 대전축구협회장과 양길모 대전복싱연맹 회장이 공교롭게 올 연말 대전시 초대 민간체육 회장 선거 후보로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여기에 또 다른 체육회장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일순 시체육회 사무처장의 경우 두 단체 통합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것도 관심이다.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체육계 안팎에선 양분 이전 통합 체육단체 초대의장을 역임하며 무난하게 직을 수행한 조웅래 현 맥키스컴퍼니 회장 역시 이번 논의과정에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존재감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네 명이 통합논의 테이블에서 과연 어떠한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특정인에 대한 체육계의 평판이 갈릴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번 통합과정이 초대 민간체육회장 선거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이번 통합논의가 연말 체육회장 선거에서의 잡음을 최소화 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목단체장은 "두 단체가 양분되면 민간체육회장 선출에서도 고통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며 "통합을 통해 의기투합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이같이 해석하는 이유를 귀띔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어느 한쪽에서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달 선거인단 구성 로드맵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후 체육회장 선거와 관련한 후자들의 본격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합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통합논의와 연말 체육회장 선거를 연관 짓는 움직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두 단체 구성의 목적이 애초 체육계 화합과 소통에 있는 만큼 취임 이후 행정기관과 정치권 상대 정무적 역할까지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민간 체육회장 선출과 묶어 벌써 주판알을 튕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종목단체장은 "초대회장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체육인 모두가 인정하는 인물이 나온다면 추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 또한 출마할 수 있다"면서 "대전 체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체육인 모두에게 인정받는 인물이 수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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