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역 육상계가 대전체고를 훈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태정 시장에게 건의해 약속을 받아 내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충남대가 이와 관련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한밭종합운동장 대체 훈련장 선정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센 모습인데 체육계 안팎에선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당분간 논란이 계속되면서 2라운드 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허 시장은 지난 25일 오후 옛 충남도청 2층 소회의실에서 대전시체육단체장협의회 임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대전체고 대체훈련 부지요청과 관련해 "교육 당국과 협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전 대전시청에서 가진 새야구장 건립계획 발표 때 충남대와 대전체고, 관저체육공원 등 3곳 모두 육상 훈련장 활용지원 의사를 피력한 것과 다른 언급을 한 것이다. 체육계 안팎에선 허 시장이 불과 7시간 만에 말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충남대는 당혹감 속에 사태파악에 나섰다. 충남대 일각에선 30~40년간 초·중·고 각급 학교 육상부와 대전시청, 수자원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실업팀 가교역할을 하며 대전 육상발전을 위한 첨병 역할을 자부해온 충남대를 '패싱'한 것이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감지된다.
이주욱 충남대 체육진흥원장은 "대전체고보다 충남대가 가지고 있는 부지 입지조건 등이 훨씬 유리한데 이러한 정보들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대전시와는 어떠한 소통도 한 적이 없다"며 "사태파악 후 대전시를 만나볼 계획으로 투척경기는 대전체고에 남겨두고, 육상과 필드경기 등 체육경기는 충남대에서 이원화하는 방법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육상계 관계자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교육청이 담당하는 대전체고에서 운동하는 것이 여러 조건에서 수월하다고 한다"면서 "시설 등을 보관하는 창고도 그렇고 보조경기장 사용도 용이 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전체고를 건의했고, 결정됐다. 충남대의 입장도 있는 만큼 협의를 할 수 있지만, 이야기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행정당국도 난감한 입장이다. 그동안 체육계 일각에서 새 야구장 건설에만 속도를 내면서 육상 등 비인기 종목 당면현안 해결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황에서 또 다시 대체훈련장 문제로 비판받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육상계가 운동하는 데 있어 충남대보다 대전체고가 여건이 났다고 시장님께 건의해 검토해 보겠다고 입장을 전했지 확정해 말한 건 아니다"면서 "다만, 육상계가 체고를 요구하고 있으니 현지점검은 할 계획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좋다는 쪽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박병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