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립만세는 원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급격하게 상권이 하락하던 2008년, 시와 지자체의 지원없이 자립적으로 탄생한 민간 주도의 도심형 축제다.
대흥동립만세는 최근 원도심 일대에서 진행 중인 '원도심 들썩들썩'과 '토토즐'에 앞선 원도심 살리기 축제의 시초로 볼 수 있다. 대흥동 일대를 주 무대로 삼고, 예술가와 점포가 각각 1대1 결연을 맺어 카페에서 시낭송을, 호프집에서는 재즈가 연주되는 상가와 문화가 상생하는 이색적인 축제를 표방한다.
또 의도적으로 사람을 모으기 보단 자연스럽게 찾아온 방문객이 공연과 문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기반을 형성해주는 것이 이 축제의 핵심이다.
유하용 대흥동립만세 조직위원장(파랑새기획 대표)은 "대흥동립만세는 10여 년 동안 순수하게 문화예술을 위해, 대흥동의 부흥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축제다. 공연자들은 참가비를 받지 못하지만 직접 사비를 들여 오로지 대흥동립만세 공연을 위해 대전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 16일부터 열흘간 개최되는 축제는 30일 기준으로 약 70~80여 팀이 공연을 확정했다. 대전대학생밴드연합회, 시낭송협회, 목원대 공연예술부 재즈팀 등이 참여한다. 올해는 대전마케팅공사가 와인을 후원을 하는데 대흥동의 '와(오라)인(대흥동 in)'독립만세로 이름을 붙였다.
유하용 조직위원장은 "2008년 이후 원도심 상권이 또다시 침체기를 맞고 있다. 대흥동이 죽으면 안된다. 이곳은 대전 문화예술의 자존심이다. 점점 원룸촌이 들어서면서 원래 모습이 퇴색되고 있지만, 이곳을 지켜야만 대전의 문화도 지속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2회를 거쳐오는 동안 결코 녹록지는 않았다. 축제의 자율성과 본래 취지를 유지하자는 목적성에 기반해 시와 지자체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았다. 조직위원장과 상인들, 문화계 인사들이 십시일반 운영비를 지원해 온 것이 전부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향후 반드시 시와 지자체의 공적 예산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또 수 년 간에 걸쳐 형성해온 상인과 시민, 예술인들의 신뢰 기반이 마련된 만큼 대전의 브랜드화를 위해서라도 시-지자체-대흥동립만세 조직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한 최적기라는 분석이다.
장수현 전국상인협회장은 "원도심 일대에서 공연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방문객이 늘어난다. 대흥동립만세는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 축제"라며 "좋은 축제인데 운영상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흥동에 작업실을 둔 예술가 또한 "대전의 문화 역사가 오롯이 담긴 대흥동을 부흥시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민간이 주도로 십 여 년 지속 됐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라며 "대부분의 축제가 생명이 짧은 것을 볼 때 대흥동립만세는 원도심의 대표 축제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하용 조직위원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기간을 늘려 열흘로 진행한다. 내년부터는 8월에는 집중적으로 축제를 하되, 1년 내내 진행될 수 있는 상시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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