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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때는 흔들린다.
절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의 벌레처럼 무명(無明)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바람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갈 뿐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안다. 인내와 끈기와 고집이 있어야 한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예기치 않은 어려움이 도처에 있다. 한눈 팔면 다치기 십상이다. 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을 디뎌야 한다. 조급한 마음은 도움이 안된다. 빨리 오르고 싶어도 산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만 내려가서 시원한 청량음료나 마시며 놀까. 메피스토의 유혹은 불쑥 끼어든다. 흐르는 땀을 식히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제야 나무 밑에 애처롭게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도 눈에 들어온다. 잠깐의 쉼. 그때 비로소 뺨을 스치는 바람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다. 멈추는 것도 잠시, 또 올라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바람에 뜨는 별이나,/피는 꽃이나,/이슬이나,/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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