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우산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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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우산에 대한 추억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7-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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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이번 주말쯤 장마가 끝난다고 합니다. 여름이 되면 태풍도 불고 폭우가 쏟아져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오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생기게 됩니다. 비가 오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우산입니다. 우산이 없으면 옷이 비에 젖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정말 불편합니다. 평소에는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조금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비가 올 때 우산이 없으면 난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출할 때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편의점에서 쉽게 우산을 구입할 수 있으니 우산이 없다고 하더라도 예전 같이 우산이 없어서 겪는 불편함이나 난감함은 다소 줄어든 것 같습니다.

요즘 생활필수품인 우산은 누구나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용품입니다. 우리는 집이나 사무실 또는 자동차 등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어디에나 한개 이상의 우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산은 비가 올 때나 그 가치와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평소에는 집이나 사무실 어느 구석에서 보관하기도 어중간한 불필요한 물건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릴 때 기억 속에 있는 우산은 지금과 같지 않았습니다. 한집에 우산이 식구 수만큼 있는 집도 많지 않았고, 비가 오면 식구 중 누군가는 우산이 없이 비를 맞고 학교를 가야했고 외출을 해야 했습니다. 1회용으로 치부될 수 있는 비닐우산이라도 있으면 정말 감지덕지 하고, 사용 후에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보관하곤 했습니다.

더구나 당시 우산은 지금과 같이 천으로 된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천으로 만든 우산도 우산살이 부러지기 쉬워서 막상 우산을 사용하려면 한 두 개의 우산살은 꼭 부러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산살이 망가진 우산은 절대 버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망가진 우산을 보관하고 있다가 "우산 고쳐!"를 외치며 동내를 돌아다니며 우산을 고쳐주는 분이 오시기를 기다려 망가진 우산을 고쳐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당시 흔히 사용하던 비닐우산 역시 지금과 같이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라 얇은 비닐에 우산살은 대나무로 만든 것으로 바람이 조금 세게 불면 우산이 뒤집어지거나 우산대에서 우산이 빠져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래도 그런 비닐우산이라도 있으면 비를 피하고 당당하게 외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우산이 어느 순간 지금과 같은 우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전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종이우산이 비닐우산으로 바뀐 것처럼, 비닐우산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천으로 만든 우산만이 남게 되었고, 천으로 만든 커다란 우산 역시 2단 우산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3단 우산으로 변신하여 보관도 편리하고 관리도 편리한 우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동우산을 밀어내고 자동으로 펴지는 우산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펴기와 접기가 가능한 우산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산이 비를 피하기 위한 도구에서 패션을 담은 우산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산의 기능 역시 비를 피하는 우산과 햇볕을 가리는 양산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선글라스가 일반화 되면서 양산은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만 사용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부피가 작으면서도 우산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3단 우산은 정말 편리합니다. 사실 우산이 크면 비를 피하는데 정말 좋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큰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정말 번거로운 일입니다. 비가 내리기 때문에 큰 우산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비가 그치고 우산이 그 기능을 할 필요가 없으면, 더 이상 우산은 기능을 하지 못하고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스럽게 됩니다. 그리고 우산을 그냥 가지고 다니다가 챙기지 못해 잊어버리고 놓고 오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3단 우산은 필요하지 않을 때 접어서 가방에 넣어 올 수 있으니 잃어버리는 경우가 훨씬 줄게 됩니다. 또한 가방에 항상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갑자기 비를 만나게 될 때를 대비하기도 쉽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3단 우산은 정말 유용합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우산의 가격도 만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외출에서 예상하지 못한 비를 만났을 때 구입하는 우산을 제외하고 별도로 우산을 구입하는 분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어떤 행사에 참가할 때 또는 기업의 홍보용으로, 그리고 기념품이나 사은품으로 우산을 주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별도로 우산을 구입하는 경우는 정말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 우산을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망설이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혹시 우산을 가지고 다니다 잃어버린다고 해도 그렇게 상심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우산은 예전과 다른 의미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고 우리의 인식이 변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우리 생활에서 우산이 가졌던 의미와 같이 변화된 것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비가 올 때면 반드시 필요한 우산이지만,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조금은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이 아마도 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소중하고 값비싼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그리 아깝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변화되는 것들이 우산과 같은 물건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 역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바로 한때 우리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우리의 역할이나 능력이 너무나 소중해서 대우를 해주고 의지하고 기대하다가 이제는 그 가치가 없어서 조직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존재감조차도 없다가 비가 오면 다시 꺼내 쓰는 우산과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산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면, 우산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비가 올 때만 그 존재감이 드러나고 기능과 역할이 중요시 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3단 우산과 같이 언제나 늘 쉽게 소지할 수 있고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를 비를 대비할 수 있다면, 그 기능과 역할이 소멸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인간은 누구나가 다 필요한 존재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 존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새기면서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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