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현실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이상적 세계 '수초 수조'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현실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이상적 세계 '수초 수조'

최영건 지음│민음사

  • 승인 2019-07-25 14:54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수초수조
 민음사 제공


"은하는 태도들의 정류장이고 그 정류장에는 분노도 슬픔도 사랑도 미래도 과거도 이따금 정차했으나 그중 어느 것도 영원히 멈추지는 않았다. 정류장에 남겨질 수 있는 것은 정류장뿐이었다." - 「싱크홀」 중에서



수록작 「싱크홀」 속 백진과 은하는 서로를 특별하게 여긴다. 운영하던 쇼핑몰을 그만두고 사업을 철수한 백진과 오랜 시간 이어진 폭력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버텨 온 은하. 은하는 거짓말을 통해 자신을 방어하고 진실을 잊어버린다. 타인을 향하지 못한 분노를 내면화해 왜곡된 방식으로 자기를 지킨다. 은하와 백진의 대화는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은 채 부유하며 일시적 감정들을 받아 안은 채 떠다닌다. 언제 빠질지 모를 불안의 공간인 싱크홀은 인물이 처한 상황과 내면의 풍경을 암시하는 공간의 압도적 이미지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전달한다.

작가 최영건은 첫 소설집인 이 책에서 부서지고 몰락하는 인간 군상을 깊게 탐구한다. 「플라스틱들」, 「감과 비」, 「더위 속의 잠」은 각각 고부사이, 늙은 카페 소유주와 젊은 아르바이트생, 친척 할아버지와 그의 집에 얹혀사는 대학생 여성의 갈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흔한 세대갈등이 아니다. 누가 봐도 다른 사람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사회적 통념이 감추고 있는 잠복된 갈등이다. 인간 심연의 고독과 어둠이 함께 끌어올려진다.



작가는 「쥐」에서 화려한 저택을 채운 가족의 고독과 우울을, 「물결 벌레」에서는 타자 없이 자기 존재와 자기 감각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주체의 상대성을 드러낸다. 표제작이자 마지막으로 수록된 「수초 수조」는 앞선 소설들 속 불안과 불행과 폭력이 제거된 이상적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스럽고 평화로우며 안정적인 인공의 세계는 역으로 현실의 불완전함을 느끼게 한다.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의 공통된 심해인 동시에, 우울과 고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현대인의 심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