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민요, 타령, 고려가요를 인용했고, 토속적인 해학과 충청도 사투리로 충청도 농촌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
지방 선거판에 뛰어든 한량, 평생 들판에서 늙은 농투성이의 이야기, 농촌에 연고를 둔 도시 생활자의 허세 섞인 이야기 등 시의 주제 또한 우리네 삶의 축소판이다.
김정숙 평론가는 "창승호 시의 미덕은 인간에 대한 은근한 애정과 생명을 길러내는 땅에 대한 믿음과 타자를 향한 건강성에 있다"고 평했다. 이어 "시집 난장은 시간과 지층으로 켜켜이 쌓아진 다양한 구전문학과 고향의 장소성과 입말이 결합된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한 삽씩 지붕 헐 때마다 시공을 건너온 햇살 파인 자릴 메운다 / 오봉산 꼭대기 에루화 돌배나무는 가지가지 꺾어도 에루화 모양만 나누나 / 땅속 깊은 침묵이 명정마저 녹였는가 실밥만 남은 흔적으로는 증조부모 백년 문장 읽을 수 없다 (생략) / 바람아 불어라 에루화 구름아 일어라 부평초 같은 세월 끝없이 한없이 가잔다 / 우수수 나뭇잎 두드리며 바람에 날리는 햇살들 뻐꾸기라도 울었으면 좋겠다 손차양을 하고 먼 골짝 한참 바라보는 환하디환한 날 / 에헤요 어허야 영산홍록의 봄바람 -경기민요 '오봉산 타령' 중에서 인용 변형 -환한 날
시집 제목인 난장처럼 말의 난장을 보여주는 시들이다. 그 중심에 판소리가 있고, 충청의 사투리가 녹아있다.
권덕하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제자리서 본디를 지킨 토박이말이, 육담에 개소리까지 거름으로 썼나, 왁자하게 참꽃으로 난장을 이뤘는데, 시어들이 솟구쳐 뜻을 낚아채니, 짓궂고 능청스런 사랑가, 등에 소금꽃 피운 희망가, 해학이 넘치고 서늘한 기운까지 품은 들노래가 가슴속 응어리를 풀며 땅과 하늘의 배가 맞닿은 곳까지 퍼져나간다"고 했다.
함순례 시인은 "이번 시집은 특히 충청도 특유의 입말과 판소리, 민요 등이 병치되는 즐거운 시동들이 난장을 펼친다"며 차승호 시인의 지평에 박수를 보낸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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