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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SNS 입소문을 탄 유명 마카롱 카페에 방문했다. 여러가지를 고르는 중 '말랑 모찌' 맛도 선택했다. B씨는 모찌라는 단어가 일본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어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대국민적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실생활 속 일본어 잔재는 청산되지 않는 모양새다.
소라색, 수학여행, 기스, 굿즈 등 우리 일상에서 일본어 사용은 한국어 못지않게 빈도가 높다. 여기에 모찌, 코히, 요지, 구루마 등 일본 잔재가 남아있는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일본어를 남용해 불매운동과 더불어 한글 사수 운동까지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로 쓰이는 '소라색'은 하늘색과 옥색을 표현한 일본어다. 영어로 착각해 쓰이는 일본어 '굿즈'도 일본어에서 파생된 단어다. 홍보 목적으로 제작된 상품을 부르는 말인 MD(Merchandise)라는 명칭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굿즈를 사용한다.
A씨는 "굿즈, 소라색이 일본어인 줄 몰랐다"며 "인터넷에서도 쓰여 별생각 없이 단어를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반면 '독창성'을 이유로 일본어를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디저트 카페에 많이 보이는 '모찌'가 대표적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카페를 중심으로 전통 한국 음식인 찹쌀떡을 한국에서 '모찌'로 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일본어 사용은 비단 카페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통·문학·교육 분야에서도 일본어는 고착화 돼 있다. 이런 현상은 특수 집단 혹은 조직 문화에서 기반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낙천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장은 "식민통치 하에 쓰던 일본어가 없어지지 않고 우리나라 어휘 속에 섞여 쓰이게 됐다"며 "이를 가속화 시킨 건 특수집단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들이 일본어이기 때문이다. 무대뽀, 기스, 노가다 등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단어들이 은어처럼 여전히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명에도 일본 잔재는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사람이 읽기 좋게 우리나라 고유 지명을 변경하는 '창지개명'이 진행됐다. 천안 병천(아우내), 양평 양수리(두물머리), 창원 임곡리(숲실), 서울 신촌(새말)은 창지개명으로 현재까지도 지명이 바뀐 채 불리고 있다. 당시 폐합 정리된 지명은 행정구역은 군 97개, 면 1834개, 리·동 3만 4233개로 확인됐다.
백 원장은 "우리는 일제강점기 아픈 기억으로 인해 다른 외국어보다 일본어 사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국립국어원의 지속적인 국어 순화 운동뿐만 아니라 학계 또한 일본어를 국어로 변환시키고 공청회 등을 통해 확산시키려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글을 지키는 건 결국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일이다. 일상 속에서 쓰는 표현부터 우리말로 순화하는 자발적인 의지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김소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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