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법무법인 서림 대표변호사 |
그런데 최근 '미투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해자로부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면서 진실을 말하는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폐지 내지는 개정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이미 2015년 유엔자유권 규약위원회와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우리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한 바가 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함에도, 진실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개인의 '허명(虛名)'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건 위헌적이라는 의미에서다.
이러한 형사 처벌의 위험이 수많은 부조리에 대한 고발을 위축시켜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해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주된 취지이고, 법률가인 필자도 위와 같은 취지에 사뭇 공감하고 있다.
물론 우리 형법상으로도 진실한 사실을 유포했을 때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형법은 제310조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위법성 조각 사유를 규정하고 있어 진실한 사실의 유포가 공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처벌받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무방하고,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최근 한 국회의원은 위와 같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가 너무 좁게 규정돼 있다면서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서 '부수적으로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로 개정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누구든지 인터넷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최근에는 그 강한 전파성으로 인해 알려지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사생활이나 과거의 잘못 등이 전파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른바 '악플'로 인해 고통받고 심지어는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명예훼손) 사이의 조화는 입법가나 법률가에게는 헤어 나오기 어려운 미로와도 같고, 두 권리 사이의 진정한 조화는 표현의 자유에는 스스로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성숙한 시민의식만으로 가능해 보인다. /최진영 법무법인 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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