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아들이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라고 속여 필리핀 고아원에 버린 부모가 재판을 받게 됐다. 버려진 아이는 정신장애가 심해지고 한쪽 눈을 실명했다.
부모는 아이를 필리핀에 버리기 전 어린이집과 사찰 등에 수년간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중략) 부산에 사는 A(47·한의사)씨는 지난 2011년 3월 C(당시 7세)군을 기숙 시설이 있는 경남 마산의 어린이집으로 보냈다. 아이를 데려간 건 엄마 B씨였다.
아내 B(48)씨는 어린이집 측에 "아빠 없는 아이다. 혼자 키우려니 힘들다"며 아이를 맡겼다. 1년쯤 후 어린이집 측에서 "아이가 잠을 안 자고 다른 애들과 싸운다. 도저히 못 맡겠다"며 데려가라고 했다.
A씨는 몇 달 뒤인 지난 2012년 여름 아들을 충북의 사찰로 데려갔다. A씨는 절에다 "엄마 없는 아이다. 혼자 키우려니 힘들다"며 아이를 맡겼다. 그러나 사찰 측에서도 1년 뒤 "도저히 못 맡겠다"며 데려가라고 했다.
급기야 A씨는 인터넷을 검색해 필리핀의 한국인 선교사를 찾아냈다. 지난 2014년 11월쯤 필리핀 선교사에게 아들을 데려간 A씨는 "필리핀 여성과 사이에서 낳은 코피노다. 엄마 없는 아이다. 맡아달라"고 했다.
검찰은 "A씨는 선교사가 추후에 연락하지 못하도록 출국 전 아이 이름을 바꾸고, 필리핀 도착 후에는 아이 여권도 빼앗았다"며 "아들을 버리고 귀국한 후에는 휴대폰 번호도 바꿨다"고 밝혔다.
비정한 부모의 행각은 선교사가 C군을 맡은 지 4년 만인 지난 2018년 11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드러났다. 게시글을 본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이 C군을 찾아 신고했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A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C군이 필리핀에 체류하는 동안 정신장애가 악화되고 한쪽 눈을 실명했다"며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C군은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린다.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아달라'며 가정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동병상련의 아픔이 불끈 발동한 때문이었다. 혹자가 이르길 유년기의 기억은 평생을 지배한다고 했다. 맞는 주장이라고 믿는다. 필자 역시 그런 아픔이 지금껏 잔존하는 때문이다.
필자의 생후 첫 돌 무렵 가출한 생모는 얼굴조차 알 수 없다. 따라서 생모는 지금도 원망과 증오의 대상으로만 우뚝하게 각인될 뿐이다. 하여간 아무리 정신장애 아들이라지만 그럴 거면 왜 낳았는가!
더욱이 저잣거리의 무지렁이도 아니고 배울 만치 배웠을 한의사였거늘. '천망회회'(天網恢恢)는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 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성기다=관계가 깊지 않고 서먹하다)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악인(惡人)에게 벌(罰)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음을 뜻한다.
대저 사람의 행복은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이다. 한데 그런 건 고사하고, 자업자득으로 인해 해망구실에 더하여 천망회회의 죄업까지 지었으니 그 한의사 부부는 후일 저승에 가서 그 죄를 어찌 씻을까!
더욱이 한의사는 주변인들과 환자들의 신망이 없이는 그 업(業)을 이어갈 수 없다. 개인적 편견인데 그 한의사의 '신상이 털려서' 앞으론 아무도 그 한의원을 찾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과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그런 사람이 어찌 아픈 환자를 치료하겠는가! "제발 나를 집에 데리고 가지 마세요!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린다고요. 그러니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아주세요!!"라며 절규하는 한의사 부부의 아들은 이 비정한 세상을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그 어떤 짐승조차 자신의 자식은 버리지 않거늘. 천망회회(天網恢恢)의 응징(膺懲) 그물이 반드시 내려질 것이라 믿는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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