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뉴스에서 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둔 엄마들이 서울 강서구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눈물로 호소하던 장면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모욕과 창피함도 견딜 수 있다는 굳은 의지와 그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설립을 추진하려했던 장애인 특수학교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주민들은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을 요구하며 맞섰다. 주민들은 장애인 특수학교 보다는 국립한방의료원이 지역의 몸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테다. 무릎을 꿇고 호소하던 엄마들의 힘이었을까 그로부터 1년 후 강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서울시교육청은 예정대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건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 특수학교가 신설되는 것은 17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대전의 대덕구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대덕구의 한 아파트에 있던 유치원이 운영을 접고 그 자리에 노인주간보호센터를 만들려하자 지역주민들이 반대를 하며 구청을 찾아와 항의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 뛰어 노는 공간도 부족한데 노인주간보호센터가 웬말이냐는 논리다. 아마도 주민들 입장에선 아파트 값어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치원 대신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꺼리는 모양새다. 구청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다. 행정상 문제가 없으면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주민들 의견도 무시할 수 없어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님비현상이 비단 대한민국의 특정지역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지 아마도 지역마다 한 두 건 정도는 마찰을 빚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중랑구 주민들과 전남 광양의 주민들이 얼마 전 지역에 특수학교 건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자 환영의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반기는 모습도 보도된 적이 있다. 장애를 가진 가족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같이 상생하자는 취지를 비롯해 특수학교의 건립으로 지역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생각 등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이처럼 공존과 상생을 향한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도 사실이다. 혐오시설을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의 자세가 님비가 아닌 '우리지역으로 와주세요'라는 핌비(Please In My Back Yard)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이성희 미디어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