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근로자는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출연연 측은 공동자회사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비.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근로자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전환이 되더라도 연구원을 떠나야 한다. 그럼에도 용역근로자들은 왜 직접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일까?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동등한 위치'와 '소속감'이다.
용역근로자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하루만이라도 같은 연구원 소속의 근로자로 일하고 싶다는게 그들의 바람이다.
용역 근로자 김모씨(58·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연구원 소속 근로자가 아닌 그저 '청소부'일 뿐"이라며 "정규직 직원들에게 이런 시선을 받아왔기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고용 형태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직접고용이 아닌 공동자회사 방식은 현재의 용역근로 시스템과 별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자회사는 경영상태에 따라 근로환경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청과 별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출연연 측은 전환이 되면 근로자들이 끊임없이 처우개선을 요구할 게 뻔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공동자회사 방식이 연구원과 용역근로자들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기에 자회사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구원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용역근로자들은 결국 파업을 결정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에 따르면 정부출연연 용역근로자들은 오는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예정) 앞에서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6개 연구원 용역근로자와 노조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날 하루 동안 파업을 진행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본 뒤 재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구노조 관계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 자회사를 강요하는 등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르지 않는 것은 정부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이제는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파업으로 번질 정도로 노사간 갈등이 이토록 깊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측의 고용방식에 대한 의견 충돌도 있지만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가이드라인'으로는 이들의 갈등을 종식시킬 수 없다. 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행정과학부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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