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보르헤스 시 세계의 궤적 '창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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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보르헤스 시 세계의 궤적 '창조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우석균 옮김│민음사

  • 승인 2019-07-18 11:02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창조자
민음사 제공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대표 시선집 『창조자』가 민음사 세계시인선 44번으로 출간되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 연구 및 번역에 앞장서 온 우석균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된 이번 『창조자』는 보르헤스 만년기의 대표 작품집 『창조자(El Hacedor)』(1960)의 주요 수록 시와 보르헤스 시 세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별도의 여섯 편을 함께 엮었다.

보르헤스의 시 세계는 그의 나이 30세였던 1929년과 50대 중반이었던 1955년 이후, 즉 청년기와 만년기로 나뉜다. 이를 가르는 중요한 사건은 시력 상실이다. 『창조자』는 보르헤스가 눈먼 후 공동 저작 외에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갑자기 암흑세계에 빠진 심경을 최초로 드러낸 것이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이러한 '눈먼 도서관의 주인' 보르헤스를 오마주하기도 했다.

지방색이 강한 자유시를 많이 남긴 청년기와 달리 눈먼 후 만년의 그는 정형시에 주력했다. 운율과 리듬을 맞추는 것이 기억과 구술에 의존해야만 했던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는 자신의 텍스트에 대한 집요한 검열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혹자는 그가 일생 동안 청년기 시에 수차례 개작을 거쳐 '울트라이스모'와 지방색을 없앤, 아예 새로 쓴 다른 시가 됐다고 평하기도 한다.



이번 『창조자』에 수록된 청년기 대표시는 개작 전 초판본을 번역했다. 보르헤스 애독자라면 누구나 찾아보고 싶었던 초기 보르헤스 시의 전위적인 작품부터 가장 잘 알려진 보르헤스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후기 시의 원숙함까지 한 권에 담았다. 『창조자』에서 그가 일생에 걸쳐 쌓은 시 세계의 궤적을 한눈에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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