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올해 초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미세먼지는 정책적으로 내놓을 카드는 다 내놨지만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공무원들에게 직을 걸라고 다그쳤다.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날 각오로 임하라는 뜻이다. 매스컴에선 주로 공직자의 결기(氣)를 요구할 때 주로 쓴다. 이면에는 해내지 못했을 경우에는 물러날 각오를 하라는 엄포도 깔려 있다.
반대로 공직자 자신이 먼저 "직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의회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통과시켜주면 사퇴하겠다"(Back me then sack me)고 말했다. 앞서 영국의회가 두 차례 합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는 데 세 번째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비장함을 보인 것이다.
어느 때보다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할 사람이 있다. 충청인의 대표이자 심부름꾼인 국회의원 27명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충청권이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주저 앉느냐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무엇보다 대전시와 충남도 숙원인 혁신도시 지정 여부가 올해 안에 판가름날 가능성이크다.
정부는 지난 2004년 부터 혁신도시 정책을 추진중이다. 혁신도시로 지정된 전국 10개 광역 시·도에는 그동안 공공기관 150개가 이전돼 경제적·재정적 해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충남과 대전은 인근 세종시 조성을 이유로 혁신도시 대상 지역에서 제외돼 역차별받고 있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우선채용에섯도 소외돼 있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은 이같은 불합리함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함이다.
이를 위해선 혁신도시법 개정안 국회통과가 급선무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은 편만은 아니다. 얼마 전 이 총리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이 뼈아프다. 그는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촉구하는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홍성예산)의 질문에 "타 지방 또는 중앙에서 볼 때 세종시도 결국 충청권 아니냐"고 사실상 부정적 발언을 했다.
타 지역 정치권으로부터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런지도 미지수다. 이들 입장에선 전체 파이가 정해져 있는 공공기관이전과 지역인재 우선채용 혜택을 대전과 충남도 똑같이 적용받으면 자신들의 몫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법 통과를 위해 어느 때보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초당적 협력이 시급한 이유다. 차기총선이 다가오면서 충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당연히 현재 직을 지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스스로 노력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대전시민과 충남도민 뜻으로만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 의원들이 이를 안다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직을 걸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강제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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