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도광양회(韜光養晦)로 힘을 길러라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도광양회(韜光養晦)로 힘을 길러라

이홍기/ 좋은감리교회 원로목사

  • 승인 2019-07-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도광양회'란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인내하여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삼국시대 천하통일의 꿈을 품고 있던 유비(劉備)가 여포(呂布)에게 쫓겨 조조(曹操)의 식객으로 머물렀던 때가 있었다. 유비는 조조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후원에서 채소를 가꾸고 소일하면서 한편으로는 황제의 밀명을 받아 조조를 살해하려는 뜻을 키워가고 있었다.

조조의 부하들이 유비를 경계하라는 진언을 계속하자 조조는 어느 날 유비를 식사에 초대하여 "천하에 영웅이 있다면 그대와 나 뿐이다"라고 유비의 속마음을 떠보았다. 유비는 짐짓 천둥소리에 놀란 듯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이 모습을 본 조조는 유비가 생각보다 그릇이 작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유비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훗날 유비는 제갈량(諸葛亮)이라는 인재를 얻고 민심을 바탕으로 군사를 일으켜 조조에 대적하는 영웅이 되었다. 이렇게 기회가 올 때 까지 몸을 낮추고 인내심을 가지고 힘을 기르는 것을 '도광양회'라고 한다.

이 역사적인 교훈을 잘 활용한 지도자가 등소평이다. 1978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죽의 장막을 걷어치우고 국가경제의 틀을 바꾸었다. 영토가 아무리 넓고 인구가 많다 한들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공산주의 경제시스템을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탈바꿈하였다. 등소평은 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함부로 칼을 뽑으면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견제를 당할 수 있으니까 경계심을 가지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추진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G-2 자리를 꿰차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맞서는 강대국이 되었다.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도 등소평과 같이 이데올로기보다는 먹고사는 문제를 더 중요시하였다. 등소평은 흑묘백묘(黑描白描)이론으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묶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잘살아보세"로 국민에게 꿈을 심어 주었다. 당시 필리핀은 우리보다 잘 살았다. 박대통령이 차관을 얻으려고 필리핀을 방문하였는데 필리핀 대통령은 만나주지도 아니하였고 숙소도 허름한 호텔로 안내하였다. 박대통령은 눈물을 머금고 "10년 후에 보자"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5000년간 대물림으로 내려오던 보릿고개의 악순환을 끊었다. 박대통령은 힘을 기르기 위해 눈물과 땀을 흘렀고 인내로써 굴욕을 이기면서 때를 기다렸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표본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왕은 다윗이다. 17살 소년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리자 국민들의 마음이 다윗에게 쏠렸다. 당시 이스라엘 사울왕은 시기심이 격발하여 다윗을 죽이려고 하였다. 다윗은 '가드'라는 나라로 망명하였는데 가드왕의 신하들이 다윗을 알아보고 임금에게 다윗을 죽여야한다고 진언하였다. 다윗은 가드왕의 앞에서 침을 흘리면서 미친척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도망자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모아 힘을 길러 이스라엘 제2대 왕이 되었다. 왕이 된 후 영토를 확장하고 중동을 지배하는 영웅이 되었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은 이런 말을 남겼다. '勿令妄動 靜重如山(물령망동 정중여산)' 함부로 망동하지 말고 조심하고 무겁게 하기를 산처럼 하라.

뜻을 이루려면 말과 행동을 삼가면서 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려라.

이홍기/ 좋은감리교회 원로목사

3-이홍기 목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