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한 사제의 자비로 선악에 눈뜨고, 사회에 항거하면서 점차 순화 및 성화(聖化)되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되찾는다.
말이 좋아 19년 구금생활이지 막상 본인이 그런 처지에 봉착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더욱이 경범(輕犯)임에도 그처럼 무지막지한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였다고 한다면…….
유승준/연합DB |
= "가수 유승준(43·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유승준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중략)
1990년대 큰 활약을 한 유승준은 방송 등에서 미국 영주권자 신분임에도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유승준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셌다.
대중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유승준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병무청은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후략)" =
유승준은 거짓말에 더하여 '국민적 괘씸죄'까지 받았다. 그 바람에 무려 17년 동안이나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유승준은 어쩌면 '한국판 장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빵을 훔친 장발장에 비해 유승준은 그 '죄'가 더 컸다. 뻔한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제야 그에 대한 유형(流刑)이 끝나는 것인가 싶어 적지 않은 생각이 부유(浮遊)했다.
유형(流刑)은 구형(九刑) 가운데 하나로 죄인을 귀양 보내던 형벌을 말한다. 죽을 때까지 유배지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감형되거나 사면되는 경우도 있었다.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장소의 멀고 가까움이나 주거지의 제한 정도에 차등을 두었다.
구형(九形)은 중국 주나라 때의 아홉 가지 형벌을 의미한다. 이마에 자자(刺字)를 행하는 묵형(墨刑), 코를 베는 의형(?刑), 발꿈치를 베는 비형(?刑), 거세(去勢)하는 궁형(宮刑), 사형에 처하는 대벽(大?) 등의 정형(正刑)과, 귀양을 보내는 유형(流刑), 매를 때리는 편형(鞭刑), 돈이나 물품으로 벌을 대신하는 속형(贖刑), 종아리를 치는 복형(?刑)이 이에 해당한다.
구형 가운데 쉬이 연상되는 인물은 '궁형'을 당한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과, [수호전]에서 '묵형'을 당하고 귀양을 떠나는 많은 호걸들이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의 징벌(懲罰)이었던 셈이다.
어쨌든 대법원 판결로 말미암아 유승준의 국내 입국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지만 집요한 유승준의 결기(?)는 이를 우습게 볼 공산이 농후한 때문이다.
대법원의 '유승준 합법적 국내 입국' 뉴스를 보면서 새삼 거짓말의 중차대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특히나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하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권력과 명예를 순식간에 잃은 대표적 정치인에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있다. 그는 1972년 6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오명까지 남겼다.
무용론까지 거센 국회청문회에서 우리는 장관 등 정부의 고위직 진출을 희망하는 인사들의 거짓말을 숱하게 봐 왔다. 유승준은 거짓말로 인해 17년간이나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다.
따라서 유승준 '17년 유형(流刑)'이 주는 교훈은 명료하다. 소위 '유승준법'을 만들어서라도 앞으로 정치인과 고위직 후보자들이 거짓말을 하면 이를 강력히 징치(懲治)해야 마땅하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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