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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지음│생각의길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은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유럽 도시 기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무 살 무렵부터 유럽의 도시들이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한 건 유럽의 사람들이 '휼륭한 사회를 만들어 좋은 삶을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만나게 된, 소설보다 극적인 역사적 사건들과 그 주인공들이 살고 죽은 도시의 공간은 작가에게 그 도시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작가는 낯선 도시를 대형서점에 비유한다. 무작정 가도 마음에 드는 책(도시의 이야기)을 발견할 수 있지만 책이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힘이 들고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할 위험도 있다. 그렇다고 뭘 볼지 정하고 가서 그것만 달랑 사고 돌아오는 것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대형서점의 가장 큰 장점인 '뜻밖의 발견'의 즐거움을 맛보려면 서점의 구조를 파악하고 어떤 책을 살펴볼 계획해야 한다. '사려고 마음먹었던 책이 서평에서 본 것처럼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는 것도 기본이다.' 작가는 이 마음으로 유럽을 여행해 '찍어둔 곳을 빠뜨리지 않고 몰랐던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렸다'고 자부한다.
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의 첫 번째인 이 책에는 유럽의 문화수도 역할을 했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가 담겼다. 문명의 빅뱅이 일어난 아테네, 그렇게 탄생한 문명이라는 소우주가 팽창을 이룬 로마, 삼천 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국제도시였던 이스탄불, 보잘것없는 변방에서 문명의 최전선이 된 파리를 자신의 방식대로 여행하고 그만의 느낌을 전달한다.
누구나 여행으로 낯선 도시를 만날 수 있지만 모두가 그 도시를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작가는 도시의 공간과 건축물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을 담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살피는 사람에게만 그 정보를 전달한다고 강조한다. 처음 만나는 도시의 속삭임을 독자들도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이 먼저 들은 숨은 이야기를 친절하게 건네주는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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