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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 후반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책 중에는 『무서운 그림』 시리즈가 있었다. 총 세권으로 2008년부터 3년간 해마다 출간된 시리즈는 판매 누계 8만부의 대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새로 출간된 『신新 무서운 그림』은 저자 나카노 교코가 시리즈 완결 이후 잡지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샤갈, 밀레, 모네, 고야, 카라바조 같은 거장부터 게이시, 부그로 같은 매니아 취향의 화가까지, 매혹적 명화 20점과 그 배경에 있는 역사와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추적하며 명화 속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의 한계에 도전했다.
한국판은 시리즈의 정체성인 '그림을 둘러싼 섬뜩한 뒷이야기'를 독자가 더 잘 이해하는데 중점을 뒀다. 일부만 컬러였던 일본판 원서 내 모든 도판을 컬러로 수록하고, 원서에서 제목만 언급되었던 그림들을 23점 추가했다.
무서운 그림의 목록에는 밀레의 '이삭줍기'도 포함돼 있다. '저물녘의 햇빛을 받은 풍요로운 후경과 그림자가 짙은 빈한한 전경' 속 노동의 풍경이지만, 보수적인 평자들은 그림 속에 일하는 세 여성이 등장하는 것이 '의도'를 가졌다고 공격한다.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이 강조되면 계급 질서를 위협한다는 맥락. 가진 자의 불안과 공포였다.
천하의 난봉꾼을 고결한 종교 지도자로 개심하게 한 의문의 동기, 타천사를 묘사한 판화 속에 내포된 놀라운 가능성, 청년 화가의 야심작에 새겨진 DNA 레벨의 공포, 샤갈의 그림에 드리워진 유대인 학살의 그림자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림에 접근하는 저자의 경쾌하고 기발한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과 광기, 늙음과 질병, 그리고 역사의 비극까지, 명화에 담긴 섬뜩하지만 매혹적인 갖가지 공포가 실감 나게 다가온다. 보이는 그대로의 시각적 충격뿐만 아니라 그림을 '읽어야' 깨달을 수 있는, 알면 알수록 무서워지는 서늘한 무서움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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