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비미국인 이주민이 본 미국의 얼굴… '아메리카나'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비미국인 이주민이 본 미국의 얼굴… '아메리카나'

  • 승인 2019-07-11 11:38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아메리카나
 민음사 제공
아메리카나 1·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황가한 옮김│민음사



"내일 파리에 가자!" 그가 어느 주말에 말했다. "정말 진부한 건 아는데 당신이 한 번도 안 가 봤다니까 내가 당신한테 파리 구경을 시켜 주면 진짜 멋질 것 같아!"

"그렇게 자다 벌떡 일어나서 파리에 갈 순 없어. 나는 나이지리아 여권을 갖고 있잖아. 그러니까 비자 신청을 해야 해. 은행 잔고 증명서랑 건강 보험 등등 내가 거기 눌러앉아서 유럽에 짐이 되지 않을 거라는 온갖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고." -본문 중에서





주인공 이페멜루는 언제나 당당한 태도로 가식 없이 말하는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다. 그의 애인인 오빈제는 직설적인 이페멜루에 비해 조용하고 사려 깊은 성격으로 등장한다. 이페멜루는 오빈제와 헤어지면서까지 동경했던 미국행을 꿈꾸지만, 미국이 자신을 '흑인', '여성', '취업 준비생' 등으로 규정하며 삶 깊숙이까지 자존감과 정체성을 뒤흔들자 가장 어두운 밑바닥까지 내려갈 정도로 좌절하고 방황한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우연히 쓴 블로그 글로 인해 성공을 거머쥐기도 하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백인 미국인을 사귀면서 미국 영주권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그에게 미국은 쓰디쓴 실패와 달콤한 성공이 공존하는 곳이 된다. 힘들었던 만큼 미국에서의 성공한 삶을 더 즐길 수도 있지만, 그는 미국에서 성공한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백인 사회에 끼어들어 그들을 모방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소설 『아메리카나』는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발랄한 페미니즘으로 꼬집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엄마는 페미니스트』로 세계에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전한 작가답다.

작가는 이페멜루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 특히 그들의 위선적인 속마음과 물질만능주의, 피상적인 관계 등을 날카롭게 포착해 까발리듯 드러낸다. 어느 상황에서나 맞닥뜨릴 법하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미묘한 순간들을 묘사한 아디치에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소설 읽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인종에 대한 세밀한 관찰에서 나온 힘과 독창성'으로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인종에 대한 고정 관념에 당황하면서도 계속해서 그것을 답습하는지, 또 일상적인 인종 차별주의가 얼마나 아직도 흔한지(이코노미스트)'를 보여준다.

책은 미국 현지에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뉴욕 타임스 북 리뷰》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며 전미 서평가 협회 상을 받았다, 국내에선 2015년 민음사 모던클래식을 통해 선보였던 작품이다. 번역 편집 전반을 다듬고 주인공 이페멜루처럼 '미국에 사는 비미국인 사진작가' 김강희의 사진을 표지로 새 옷을 입었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