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1983. 한지에 수묵담채, 36.5X34cm |
고암 이응노의 대표작을 현대 미디어아트와 접목한 '감각의 교감:오감으로 만나는 이응노 예술' 기획전이 오는 16일 문을 연다.
고암 작품의 의미 중 하나는 그의 작품 속 인간 및 글자에서 발견되는 '개인의 역사성'이다. 고암이 그려내는 인간은 아무리 큰 규모의 군중 속에 있더라도 매몰되거나 사그라지지 않고 각자의 의미 있는 존재로 역사의 주체가 된다.
고암은 인간 한명 한명이 만들어내는 역사의 움직임에 집중했고, 이는 현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텍스트나 이미지로 표현하며 사회적 흐름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모습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이번 감각의 교감전은 대표적인 고암의 작품과 현대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접목을 시도했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미디어아트 장르를 직접 체험하면서 고암의 작품 철학을 보다 역동적으로 재해석하고 디지털 미디어 매체로 오감을 일깨워 이응노 화백과 예술적 교감을 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모든 감각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눈으로만 관람하는 보편적 형태의 미술관 전시가 아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더 나아가 작품 안에서 춤추며 온 몸의 감각을 일깨우며 관람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다.
관람객은 몸짓(모션)을 감지해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사운드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관람객-작가 사이의 물질적 상호 작용 뿐 아니라 심리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냄으로써 관람객에게 작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을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1전시실은 고암의 삶과 예술세계를 크게 4개의 시대로 구분해 각 시대별 활약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정통 한국화 기법을 훌륭히 선보였던 도불 이전 작품부터 시작해 파리 진출 초기에 세계 무대를 향해 자신을 소개한 작품, 끊임없는 현대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후반기 대표작인 문자추상과 군상 등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전시실은 공생공존은 이응노 화백의 군상 시리즈를 모티브로 제작된 미디어 아트 작품이 전시된다. 관람객이 취한 몸동작을 포착해 이응노의 군상 속 한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준다. 참여 관람객은 고암의 그림체로 재탄생된 자신의 모습이 남녀, 노소, 민족, 계층의 구별 없이 공생 공존하는 군중들 사이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3전시실은 이응노 화백의 수묵화 이미지를 꼴라쥬 방식으로 재구성한 풍경미디어 작품이 전시된다. 관람객이 풍경 속의 이미지를 터치하면 사운드 효과와 함께 사람과 동물이 움직이고 대나무가 흔들리고 꽃잎이 날리며 한가로운 풍경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4전시실은 영상 속, 지루한 듯 의자 위에서 뒹굴 거리던 고양이가 관람객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의자에서 뛰어내리고 점프를 하며 매달려 있는 생선을 먹는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관객 반응형 영상 작품을 전시해 편안하면서도 흥미로운 휴식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미술관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출신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팀과 협업해 기획됐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현대 예술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라며 "미디어아트와의 접목을 통해 이응노와 관람객, 작품과 관람객이 서로 예술적 교감을 이루고 나아가 작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풍경(동방견문록시리즈), 1980. 한지에 수묵담채, 16.5X16.5cm |
풍경, 인터랙티브 사운드 영상 설치, 가변크기, 2019 (2) |
풍경, 인터랙티브 사운드 영상 설치, 가변크기, 2019 |
병아리, 연도미상. 한지에 수묵담채, 38.5X28.5cm |
야미, 인터랙티브 클레이 애니메이션, 가변크기,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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