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근 전 의원이 지난달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징계로 제명됐다. 지난해에 이어 성추행만 두 번째다. 술 마셨다는 이유로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만 한 차례 피해를 준 동료와의 자리에서 기억 안 날 정도로 술을 먹는 건 주민을 대표하는 자로서 마땅치 못한 행동이었다. 어찌됐든 박 전 의원은 의회를 떠났고 내년 총선에서 새 주민의 대표를 선출할 차례로 알고 있었던 찰나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이야길 들었다. 중구선관위가 여러가지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지만 그중에서도 중구의회가 보궐선거를 하지 말자는 입장을 냈다는 게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기초의회 무용론에 대해 방어하던 내 태도가 무용하게 느껴졌다.
지난해 11월 중구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심의했다. 중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주민이자 지역여론을 조금 가까이서 접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자격으로 앞으로 4년간 주민을 대신해 일할 의원들의 의정비를 결정하는 자리에 참여했다. 8대 의회가 출범한 지 다섯 달가량 지난 시점에도 중구의회에 대한 여론은 곱지 않았다. 최저임금 상승분과 오랫동안 의정비가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공무원 임금수준에 맞춰 올리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일부 심의위원들은 이마저도 반대했다. 출범 초기 원 구성을 놓고 파행이 거듭되다 의정비 반납 소동까지 일어났으니 "마음 같아선 현재 금액에서 깎고 싶다"는 일부의 발언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의회의 역할과 임무를 강조하며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타 자치구 기초의회 수준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거론하는 심정이야 백번 이해하지만 간접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것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지만 감정적으로 대할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중구의회의 이번 결정은 실망 그 자체다. 의회를 비판할 일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 "이럴 거면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무용론에 의회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제명된 의원을 대신해 주민 목소리를 들을 다른 의원이 있으니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중구의회의 판단을 납득할 수가 없다. 기초의회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다. "의원 한 명 한 명은 입법기관"이라고 말하는 그들이 입법기관 하나의 빈 자리를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 오길 바란다. 임효인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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